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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칼럼] '국민기본소득'의 위대한 첫걸음: 왜 지하경제 양성화가 선행되어야 하는가

경제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6-09-25 01:08
조회
16
대한민국 경제 체질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국민기본소득' 논의가 뜨겁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취약계층을 돕는 복지 제도를 넘어, 거대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서민의 소비력을 지키고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강력한 민생 구제책이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발목을 잡는 유령이 있다. 바로 '재원 조달의 현실성'이다. 매월 수십만 원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천문학적인 재정이 필요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대대적인 증세 논란으로 이어진다. 정직하게 유리지갑으로 살아가는 직장인과 서민들에게 또다시 세금을 걷어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방식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이며, 격렬한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는가? 답은 명확하다. 국민에게 새로운 세금을 요구하기 전에, 낼 수 있는데 안 내고 숨겨둔 돈, 즉 '지하경제(Shadow Economy)'부터 철저히 양성화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숨은 도둑부터 잡는 것이 기본소득으로 가는 가장 정의롭고 완벽한 징검다리다.

1. 시중의 핏줄을 막고 있는 200조 원의 지하자금

대한민국의 세무 전산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가혹한 증여세와 상속세, 그리고 과도한 규제를 피해 음지로 숨어버린 지하자금의 규모는 여전히 비대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IMF 등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최소 GDP의 8%에서 많게는 19%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100조에서 200조 원 이상의 거대한 자금이 세무당국의 레이더망 아래 잠겨 있다.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5만원권 잔액 195조 원 중 은행으로 다시 돌아오는 환수율은 고작 30%대에 머물고 있다. 10장 중 6장 이상의 5만원권이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고 자산가들의 개인 금고나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고여 있는 지하자금은 국가 세수를 축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가 가뜩이나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고갈시키는 동맥경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2. 양성화의 핵심: '징벌'이 아닌 '합법적 유통'의 길을 여는 것

많은 이들이 지하경제 양성화라고 하면 국세청의 시퍼런 칼날을 앞세운 '강압적 세무조사'나 초법적인 '화폐개혁'을 떠올린다. 그러나 돈을 억지로 빼앗으려 들면 자산가들은 돈을 찢어버릴지언정 절대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다. 진정한 양성화 개혁은 "세금이 무서워 장롱에 넣어두느니, 차라리 투자해서 경제를 돌리는 게 이득이다"라고 느끼게끔 합법적인 출구(유인책)를 열어주는 일이어야 한다.

무기명 '민생·기본소득 채권' 발행: 자금 출처 조사를 면제해 주는 특별 공익 채권을 발행하여 금고 속 현금을 합법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특정 생산적 자산으로의 유입 유도: 침체된 지방의 건설 경기나 소상공인 인프라에 현금을 투자할 경우 한시적 세제 혜택을 주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음지의 돈이 합법적인 외투를 입고 시장으로 흘러나오면,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가 자연스럽게 걷히며 정부의 증세 없이도 세수의 원천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3. 왜 '기본소득'보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먼저인가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의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기본소득보다 반드시 '한 단계 먼저' 실행되어야 한다.

첫째, '도덕적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대 확보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온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테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사회 음지에 숨어 세금을 탈루하던 지하자금을 적발하여 그 돈으로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선행 단계는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개혁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서민 경제의 기초 유동성 공급이다. 기본소득이 시행되어 자금이 한 바퀴 돌기 전에, 양성화 조치로 풀려난 수십조 원의 지하자금이 먼저 부동산 리모델링, 중소기업 설비 투자 등으로 시장에 유입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영업자와 골목상권에 1차적인 유동성 활력이 돌며 기본소득을 받아들일 경제적 체력이 길러진다.

셋째, 재정의 지속 가능성 검증이다. 양성화를 통해 확보된 정당한 세수 파이의 크기를 먼저 확인해야만, 전 국민 기본소득의 지급 액수와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재정적 기반 없이 빚을 내어 시작하는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에 무너지기 쉽지만, 양성화된 세원으로 뒷받침되는 기본소득은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한 제도가 된다.

4. 개혁의 완성: 음지의 돈을 서민의 삶으로

돈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장롱 속에 갇혀 썩어가던 피를 뽑아내어 시장이라는 온몸으로 세차게 돌려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단순히 숨은 탈세자를 처벌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음지에서 낭비되던 거대한 자본을 합법적인 영토로 끌어내어, 전 국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마르지 않는 샘물로 전환하는 가장 거대한 경제 개혁이다.

정부가 통제의 칼날 대신 영리한 제도적 출구를 열어줄 때, 갇혀 있던 유동성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서민 경제를 살려낼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위대한 집을 짓기 위해, 지금 우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가장 단단하고 정의로운 주춧돌을 먼저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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