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21-4부] 췌장염 | 소화효소의 반란, 무엇이 췌장을 스스로 공격하게 만드는가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10-05 00:58
조회
236

1. 도입 (Introduction) - 이 질병을 왜 주목해야 하는가?

명치 아래, 등 쪽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어 허리까지 뻗치는 극심한 통증. 몸을 웅크려야만 겨우 견딜 수 있고, 음식만 먹으면 악화되는 끔찍한 고통. 이것이 바로 **'췌장염(Pancreatitis)'**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췌장(Pancreas)'**은 우리 몸에서 두 가지 매우 중요한, 그러나 정반대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중 스파이와 같다.

  1. 외분비 기능 (소화 효소 생산):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강력한 **'소화 효소'**를 만들어 '소장'으로 분비한다.
  2. 내분비 기능 (호르몬 생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만들어 '혈액'으로 분비한다.

    글루카곤은 췌장의 알파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이 낮아졌을 때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당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혈당을 높이는 인슐린과 반대로 작용하며, 체내 혈당량을 조절하는 중요한 길항 작용의 일부입니다

'췌장염'이란, 바로 이 강력한 '소화 효소'들이, 어찌된 영문인지 소장으로 분비되기도 전에, 췌장 내부에서 '미리 활성화'되어, 췌장 조직 그 자체를 '소화'시키기 시작하는, 끔찍한 '자가 소화(Autodigestion)' 현상이다.

오늘은 이 소화효소의 반란이 왜 일어나는지, 그 가장 흔한 두 가지 원인인 **'술(알코올)'**과 **'담석'**을 중심으로, 그리고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고중성지방혈증'**의 역할을 통해, 이 위험천만한 질병의 기전을 파헤쳐 보겠다.


2. 작동 기전 (Mechanism of Action) - 왜 스스로를 소화하는가?

정상 상태에서, 췌장이 만든 강력한 소화 효소들은 **'비활성' 상태(Zymogen)**로 소장까지 안전하게 운반된 후, 소장에서 특정 신호를 받아 비로소 활성화된다. 이는 마치 안전핀이 뽑히지 않은 '수류탄'과 같다.

췌장염은, 바로 이 '안전핀'이 췌장 내부에서 너무 일찍 뽑혀버리는 사고다.


A. 핵심 원인 1: '술 (알코올)' - 가장 흔한 만성 췌장염의 원인

작동 방식: 알코올이 췌장을 공격하는 방식은 복합적이지만,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소화 효소의 조기 활성화: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아세트알데히드)은 췌장 세포(선방 세포) 내에서 직접적인 독성을 발휘하여, 소화 효소들이 조기에 활성화되도록 유도한다.
  2. 췌장액 배출 방해: 알코올은 췌장액의 농도를 끈적하게 만들고, 췌장액이 소장으로 나가는 작은 관(괄약근)을 수축시켜, 활성화된 소화 효소들이 췌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갇히게 만든다.

논리적 설명: 이것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버린 뒤, 출구를 막아버리는 최악의 상황과 같다. 갇혀버린 활성화된 소화 효소들은 췌장 조직을 녹이기 시작하고, 극심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B. 핵심 원인 2: '담석(Gallstone)' - 가장 흔한 급성 췌장염의 원인

  1. 작동 방식: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저장되는 '담낭'에서 돌(담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담즙이 나가는 '총담관'과, 췌장액이 나가는 '췌관'이, 소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하나의 공통된 관'으로 합류한다는 점이다.
  2. 논리적 설명: 작은 담석이 담낭을 빠져나와 이 '공통된 출구'를 꽉 막아버리면, 췌장액은 오도 가도 못하고 역류하게 된다. 췌장 내부에 갇힌 췌장액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소화 효소들이 조기에 활성화되어 급성 췌장염이 발병하는 것이다.

C. 핵심 원인 3 (새로운 강자): '고중성지방혈증'

  1. 작동 방식: [11-8부]에서 만난 '중성지방'.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1,000 mg/dL 이상으로 매우 높게 올라가면, 이 과도한 지방산이 췌장의 미세 혈관을 막거나, 췌장 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가하여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2. 논리적 설명: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증후군'**이, 단순히 당뇨나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췌장염의 중요한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췌장염은 우리 몸의 가장 강력한 '창(소화 효소)'이, 스스로의 '방패(췌장)'를 공격하는, 자멸적인 질병이다.

이 끔찍한 반란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반란을 부추기는 가장 큰 두 명의 선동가, 즉 **'과도한 음주'**와, 담석 및 고중성지방혈증의 뿌리에 있는 **'잘못된 식습관(고탄수화물, 고지방 가공식품)'**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것으로, 소화기계에서 벌어지는 주요 전쟁들에 대한 탐험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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