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21-3부] 게실염 | 장벽의 약한 고리, 왜 염증의 주머니가 생기는가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10-05 00:41
조회
277

1. 도입 (Introduction) - 이 질병을 왜 주목해야 하는가?

대부분 50대 이상에서 발견되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질환. 하지만 증상이 없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조용한 시한폭탄, **'게실증(Diverticulosis)'**과 '게실염(Diverticulitis)'.

  • 게실증 (Diverticulosis): 대장 벽의 약한 부분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꽈리처럼 튀어나와 작은 '주머니'를 형성한 상태. 그 자체로는 질병이 아니며 대부분 증상이 없다.
  • 게실염 (Diverticulitis): 이 '게실'이라는 주머니 안으로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들어가, 세균이 증식하고 염증이나 감염을 일으킨 상태. 극심한 복통, 발열, 오한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천공이나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과거 서양에서 주로 발생하던 이 질환은, 이제 한국에서도 대장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튼튼해야 할 장벽에 이런 '약한 고리', 즉 '주머니'가 생겨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놀랍게도, 현대인의 식탁에서 사라져버린 **'식이섬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변비', 그리고 장 내부의 **'과도한 압력'**에 있다.

오늘은 이 '게실'이라는 장벽의 약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한번 생긴 게실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최선의 예방 전략은 무엇인지 탐험해 보겠다.


2. 작동 기전 (Mechanism of Action) - 왜 '주머니'가 생기는가?

대장 벽은 여러 층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실'은 이 근육층 중, 혈관이 관통하는 부위와 같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점'**이, 장 내부의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핵심 원인 1: 만성적인 '낮은 섬유질' 식단

  • 작동 방식:
  1. [13-4부, 해독]에서 확인했듯,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만들고,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2.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 즉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을 계속하면, 대변은 양이 적고, 단단하며, 마른 상태가 된다.

논리적 설명: 이것은 마치 좁고 구불구불한 하수도관에, 물기 없이 뻑뻑한 진흙 덩어리를 밀어 넣으려는 것과 같다.


핵심 원인 2: '장내 압력'의 증가

  • 작동 방식:
  1. 이 작고 단단한 대변을 장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대장의 근육은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그리고 '분절적으로' 쥐어짜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2. 이 과정에서 대장 내부의 특정 구간에 엄청난 **'압력'**이 발생한다.

  • 논리적 설명: 이 높은 압력이 수년,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장벽의 가장 약한 부분을 밀어내면서, 결국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게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대장의 마지막 부분인 S상 결장과 하행 결장에서 게실이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이유는, 이 부위가 대변이 가장 단단해지고 가장 높은 압력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게실증은 '문명의 질병'이다. 가공되고 정제된 부드러운 음식만을 추구해 온 현대인의 식습관이, 우리 장에게 '단단한 변'이라는 형벌을 내리고, 그 형벌을 견디다 못한 장벽이 결국 비명을 지르며 터져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3. 통합적 관리 및 예방 전략: 어떻게 염증을 막을 것인가?

한번 생긴 '게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더 이상 게실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이미 생긴 게실에 염증('게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1. '식이섬유'를 다시 식탁으로:

  • 가장 중요한 전략. 변을 부드럽고 부피 있게 만들어, 장내 압력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통곡물, 콩류, 채소,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루 25~35g의 섬유질 섭취를 목표로 하라.
  • 주의점: 이미 '급성 게실염'으로 복통이 심할 때는, 오히려 장을 쉬게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저섬유질 식단(흰죽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섬유질 섭취는 '평상시 예방'을 위한 것이다.

2.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라:

  • 식이섬유는 '물'과 만나야만 스펀지처럼 부풀어 올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섬유질만 많이 먹고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변이 더 단단해져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3. '견과류와 씨앗'에 대한 오해를 풀어라:

  • 과거에는 견과류나 씨앗의 작은 조각이 게실에 끼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게실증 환자에게 이 음식들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 최신 연구: 하지만, 대규모 연구 결과, 견과류나 씨앗 섭취가 게실염의 위험을 높인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음식들에 풍부한 섬유질과 건강한 지방이 장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단, 개인적으로 특정 음식 섭취 후 불편감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4. '만성 염증'을 관리하라:

  • [항염증 식단]의 원칙을 따르는 것은,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게실 주변의 염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근본적인 전략이다.

 

이제, 장벽의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 소화 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 플레이어, '췌장'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탐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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