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부] 당뇨 - 진단 지표 | 당화혈색소 너머의 진실, 인슐린 저항성의 진짜 지표 'HOMA-IR'
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우리는 두 가지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 이 두 지표는 현재 당뇨병 진단의 '골드 스탠더드'로 사용되며, 당신이 정상인지, 전단계인지, 혹은 당뇨병인지를 판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겨진다.
이 지표들이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사고가 난 후'의 현장을 보여주는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에 가깝다. 즉, 당신의 췌장이 수년간의 과로 끝에 지쳐서, 더 이상 혈당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빨간불이 켜지는, 다소 늦은 경고등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가 나기 훨씬 이전에,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선행 지표(Leading Indicator)'**는 없을까?
다행히도, 존재한다. 바로 당신의 '공복 인슐린' 수치를 통해 계산할 수 있는 'HOMA-IR(Homeostatic Model Assessment for Insulin Resistance)' 지수다.
오늘은 왜 당화혈색소만 보는 것이 절반의 진실만을 보는 것인지, 그리고 'HOMA-IR'이라는 다소 생소한 지표가 어떻게 당신의 인슐린 저항성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되는지, 그 원리를 파헤쳐 보겠다.
1. 기존 지표들의 한계
공복 혈당 (Fasting Glucose):
- 장점: 측정하기 쉽고 간편하다.
- 한계: 검사 전날의 식사나 컨디션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무엇보다, [12-3부]에서 보았듯, 췌장이 인슐린을 쥐어짜내는 동안에는 수년간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인슐린 저항성을 완전히 놓친다.
당화혈색소 (HbA1c):
- 장점: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므로, 공복 혈당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다.
- 한계: 이 역시 '평균 혈당'이라는 '결과'만을 보여줄 뿐, 그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인슐린 분비)'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빈혈이나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수치가 부정확할 수 있다.
2. 최고의 조기 경보 시스템: 'HOMA-IR'
HOMA-IR은 '항상성 모델 평가를 통한 인슐린 저항성 지수'라는 어려운 이름이지만,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계산한 값이다.
계산 공식: HOMA-IR = [공복 인슐린(μU/mL) x 공복 혈당(mg/dL)] / 405
해석:
- 이상적인 수치: 1.0 미만. 이는 당신의 세포가 인슐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췌장이 힘들지 않게 혈당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다.
- 초기 인슐린 저항성: 1.5 이상. 췌장이 정상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노란불' 신호다.
- 상당한 인슐린 저항성: 2.5 이상. 당뇨병 전단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이 시급하다는 '빨간불' 경고다.
논리적 설명: 두 사람의 공복 혈당이 95 mg/dL로 똑같이 '정상'이라고 가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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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공복 인슐린이 3 μU/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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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공복 인슐린이 15 μU/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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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방식대로라면 A씨와 B씨는 둘 다 '정상'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HOMA-IR을 통해 우리는 B씨의 췌장이 A씨보다 5배나 더 많은 일을 하며 간신히 혈당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만간 지쳐서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당신이 진정한 의미의 '내 몸의 CEO'가 되고 싶다면, 더 이상 혈당이라는 '매출액'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매출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인슐린)'을 쏟아붓고 있는지, 회사의 '순이익(HOMA-IR)'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서 기본 검사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의사에게 요청하여 '공복 인슐린(Fasting Insulin)' 검사를 추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당신의 대사 건강을 남들보다 10년 먼저 파악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하고 적극적인 투자다.
이제, 우리 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법을 배웠으니, 다음 [주제 2]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강력한 처방전, 바로 '식단'의 세계로 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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