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11-7부] 침묵 살인-'나쁜' LDL vs '좋은' HDL의 진실 |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입자의 크기와 질'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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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22 15:53
조회
193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네요.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기준치를 넘었으니, 약을 드셔야겠습니다."

건강검진 후, 의사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다. 우리는 '나쁜' LDL은 낮춰야 하고, '좋은' HDL은 높여야 한다는 말을 상식처럼 알고 있다. 이 단순하고 강력한 프레임 속에서, LDL은 무조건 줄여야 할 '악당', HDL은 무조건 늘려야 할 '영웅'으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11-3부]에서 우리는 LDL이 원래 우리 몸의 세포를 수리하는 '구급차'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이 구급차의 숫자가 많다는 것만으로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일까?

최신 지질학(Lipidology) 연구들은, 이 낡은 이분법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단순히 LDL의 '총량(수치)'이 아니라, 혈액 속을 떠다니는 LDL 입자 하나하나의 **'크기와 질(Quality)'**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왜 똑같은 LDL 수치를 가진 두 사람의 심혈관 질환 위험이 하늘과 땅 차이일 수 있는지, 그 비밀의 열쇠인 **'크고 푹신한(Large Fluffy) LDL'**과 **'작고 단단한(small dense) LDL'**의 차이를 통해, 고지혈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보겠다.


1. LDL 입자, 두 종류의 구급차가 있다

LDL 콜레스테롤이라는 것은 사실 하나의 물질이 아니다. 크기와 밀도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아형(Subtype)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패턴 A'와 '패턴 B'다.

크고 푹신한 LDL (Large Fluffy LDL, 패턴 A):

  • 특징: 입자가 크고, 밀도가 낮으며, 마치 해변의 공처럼 둥실둥실 떠다닌다.
  • 역할: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운반 임무를 수행하며, 혈관 벽을 잘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산화(Oxidation)에도 비교적 강하다.
  • 비유: 안전하게 운행하는 '대형 버스'.

작고 단단한 LDL (small dense LDL, sdLDL, 패턴 B):

  • 특징: 입자가 매우 작고, 밀도가 높으며, 마치 BB탄 총알처럼 작고 단단하다.
  • 역할: 이 녀석이 바로 진짜 '나쁜 놈'이다.
  • 비유: 도로를 헤집고 다니는 '폭주 오토바이'.

2. 왜 '작고 단단한 LDL(sdLDL)'이 치명적인가?

'작고 단단한 LDL'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주범으로 꼽힌다.

  1. 혈관벽 침투 용이: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크고 푹신한 LDL'은 통과할 수 없는 혈관 내피세포의 미세한 틈을 쉽게 뚫고 들어가 혈관 벽 아래에 쌓인다.
  2. 쉬운 산화: 입자 표면이 산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여, [11-3부]에서 본 '산화 LDL'이라는 괴물 트럭으로 훨씬 더 쉽게 변모한다.
  3. 오랜 체류 시간: 혈액 속에서 오래 머무르며 혈관 벽을 공격할 기회가 더 많다.

논리적 설명:
총 LDL 수치가 200으로 똑같은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 A씨: 200 모두가 '크고 푹신한 LDL'로 이루어져 있다. 혈관에 상처를 낼 위험이 비교적 낮다.
  • B씨: 200 중 상당수가 '작고 단단한 LDL'로 이루어져 있다. 총 수치는 같지만,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은 A씨에 비해 최소 3배 이상 높다.

이것이 바로 **총 LDL 수치만 보는 것의 '치명적인 맹점'**이다. 당신의 피 속에 떠다니는 것이 안전한 '대형 버스'인지, 아니면 위험한 '폭주 오토바이'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도로 위의 '총 차량 대수'만 세고 있는 것과 같다.


3. 무엇이 '폭주 오토바이'를 만드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안전한 대형 버스를, 위험한 폭주 오토바이로 바꾸는가? 범인은 또다시, **'인슐린 저항성'**과 그로 인한 **'고중성지방혈증'**이다.

작동 기전:

  •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은 넘쳐나는 당분을 **'중성지방(Triglyceride)'**으로 전환하여 저장한다.
  • 높아진 중성지방은 혈액 속의 LDL 입자와 상호작용하여, '크고 푹신한 LDL'을 '작고 단단한 LDL'로 변형시키는 리모델링 과정을 촉진한다.

결론적으로, 당신의 LDL이 '좋은' 종류인지 '나쁜' 종류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아이러니하게도 LDL 수치 자체가 아니라, 바로 '중성지방' 수치와 'HDL' 수치에 있다.

  •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HDL 수치가 낮다면? → 당신의 몸은 '인슐린 저항성'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며, 당신의 LDL은 '작고 단단한' 폭주 오토바이일 확률이 매우 높다. (TG/HDL 비율이 2.5 이상이면 위험 신호)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LDL 수치라는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그 숫자의 '질'을 결정하는 전체적인 대사 건강, 특히 '중성지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지만 사실은 심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인 **'중성지방'**이 왜 위험한지, 그 진실을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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