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11-1부] 침묵 살인-심장병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 진범은 '염증'이다" 콜레스테롤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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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22 14:39
조회
309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피해야 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말은 의학계와 대중 매체를 지배해 온 흔들리지 않는 교리였다. 우리는 계란 노른자를 두려워했고, 버터 대신 마가린을 선택했으며, 모든 음식에서 '저지방', '무콜레스테롤' 라벨을 찾았다. 이 '지방-심장병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섭취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혈관이라는 파이프라인에 기름때처럼 끼어 파이프를 좁히고, 결국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비유는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오랜 믿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은 여전히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저지방 식단을 따르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스타틴)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발병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었다.

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속에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과학자들은 전혀 다른 곳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혈관을 막는 '기름때(죽상경화반)'가 결과일 뿐,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 진짜 범인의 이름은 바로, 우리가 이전 시리즈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르면, 심혈관계 질환은 배수관이 막히는 단순한 '기계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혈관 벽이라는 살아있는 조직에 끊임없이 상처가 나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잘못되어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는, 지극히 **'생물학적인 염증 반응'**의 결과물이다.

오늘은 왜 '콜레스테롤'이 범인이 아닌,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급차'일 수 있는지, 그리고 진짜 불을 지른 방화범 '염증'의 실체를 통해, 심장병에 대한 우리의 모든 낡은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작하겠다.


1. 낡은 패러다임: '막힌 배수관' 모델

  • 주장: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으면 →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 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기름때처럼 쌓여 → 혈관이 좁아지고 막힌다.
  • 한계: 이 모델은 '왜' 콜레스테롤이 하필 그 자리에 쌓이기 시작하는지, 그리고 왜 염증세포들이 그곳에 모여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2. 새로운 패러다임: '손상된 벽과 복구 과정' 모델

주장:

 

1단계 (손상): 고혈당, 고혈압, 산화 스트레스, 독소 등이 혈관의 가장 안쪽 벽인 **'내피세포(Endothelium)'**에 미세한 상처와 염증을 유발한다. (벽지에 흠집이 나는 과정)

2단계 (복구 신호): 우리 몸은 이 상처를 복구하기 위해 '구급차' 역할을 하는 LDL 콜레스테롤과 '의료진'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대식세포 등)**를 상처 부위로 급파한다.

3단계 (잘못된 복구): 하지만 '만성 염증'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는 이 복구 과정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다. 출동한 구급차(LDL)는 산화되어 고장 나고, 의료진(면역세포)은 고장 난 구급차를 집어삼키다 거품세포가 되어 상처 부위에 쌓여버린다.

4단계 (결과물): 이렇게 콜레스테롤, 면역세포, 칼슘 등이 뒤엉켜 만들어진 '죽상경화반(Plaque)'이 바로 우리가 '기름때'라고 부르던 것의 실체다.

핵심: 이 모델에서 콜레스테롤은 범죄의 원인이 아니라, 범죄 현장에 출동한 결과물이다. 진짜 범죄는 혈관 벽에 상처를 낸 **'염증'**이다.

결론적으로, 심혈관계 질환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겨눠야 할 진짜 목표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맹목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이 우리 혈관에 상처와 염증을 일으키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원인의 중심에 바로 **'인슐린 저항성'**과 **'고혈당'**이 있다.

이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비극의 첫 단계, 즉 우리 혈관에 '상처'가 생기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추적해 보자.

다음 편에서는, 고혈압과 고혈당, 그리고 산화 스트레스라는 3명의 암살자들이 어떻게 우리 혈관의 보호막인 '내피세포'를 무너뜨리는지, 그 구체적인 공격 방식을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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