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부] 호르몬 |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항진증, 몸의 '에너지 조절 장치'가 고장 났을 때
왠지 모르게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유난히 추위를 타며,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체중은 계속 늘어난다. 머리카락은 푸석해지고, 피부는 건조하며,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 멍하다. 반대로,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욕은 왕성한데 살은 계속 빠지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이 정반대의 증상들은 모두 나비 모양을 한, 목 앞쪽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 기관, **'갑상선(Thyroid Gland)'**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조절 장치'이자 '보일러 온도 조절기'와 같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직접 작용하여,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 즉 **'신진대사율(Metabolism)'**을 결정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Hypothyroidism): 온도 조절기가 고장 나 보일러가 꺼진 상태. 우리 몸의 모든 대사 과정이 느려진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Hyperthyroidism): 온도 조절기가 고장 나 보일러가 폭주하는 상태. 우리 몸의 모든 대사 과정이 과도하게 빨라진다.
오늘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앓고 있지만, 그저 피곤하거나 예민한 탓으로 돌리며 방치하기 쉬운 이 '갑상선 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헤쳐 보겠다. 특히, 대부분의 갑상선 질환이 단순한 호르몬 부족이나 과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계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의 문제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 라인: HPT 축
갑상선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뇌의 총사령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호르몬 양을 조절한다.
작동 기전 (HPT Axis):
- 뇌 (시상하부): "에너지가 부족하니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라!"는 신호(TRH)를 보낸다.
- 뇌 (뇌하수체): 갑상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Thyro-tropin-releasing hormone, TRH) 신호를 받아, 갑상선을 직접 자극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을 분비한다.
- 갑상선: TSH의 명령을 받아, 주된 호르몬인 **T4(비활성형)**와 소량의 **T3(활성형)**를 생산한다.
- 간 & 신장: 비활성형인 T4는 주로 간과 신장에서 활성형인 T3로 전환되어야만 실제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혈액 검사 해석: 병원에서 TSH(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가장 먼저 검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T4/T3 부족), 뇌는 갑상선을 더 일하게 만들려고 TSH를 과도하게 분비한다. 따라서 TSH 수치가 높으면 '저하증', 반대로 **TSH(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항진증'**을 의심할 수 있다.
2. 문제의 진짜 뿌리: '자가면역'의 공격
그렇다면 왜 갑상선은 스스로 호르몬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거나(저하증), 과도하게 만들어내는(항진증) 것일까? 서구 사회 갑상선 질환의 90% 이상은 **'자가면역'**이 그 원인이다.
하시모토 갑상선염 (Hashimoto's Thyroiditis) → 기능 저하증
- 작동 기전: 우리 몸의 면역계가 갑상선 조직 자체를 '적'으로 오인하여, 갑상선을 파괴하는 **'자가항체(Anti-TPO, Anti-Tg)'**를 만들어낸다. 이 항체들이 수년에 걸쳐 갑상선 조직을 서서히 파괴하면서, 갑상선은 결국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
- 논리적 설명: 하시모토는 갑상선 자체의 질병이라기보다, **면역 시스템이 갑상선을 공격하는 '면역 질환'**이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은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대증 요법일 뿐, 면역계의 공격 자체를 멈추는 근본 치료는 아니다.
그레이브스병 (Graves' Disease) → 기능 항진증
- 작동 기전: 이 경우, 면역계는 갑상선을 파괴하는 대신,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TSH와 똑같이 생긴' 자가항체(TSI)**를 만들어낸다. 이 가짜 TSH(TSI)는 갑상선에 달라붙어, 뇌의 명령과 상관없이 "호르몬을 24시간 내내, 최대로 생산하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 논리적 설명: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이 미쳐서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계가 만든 '가짜 열쇠'가 보일러 스위치에 꽂혀 빠지지 않는 상태와 같다.
3. 무엇이 면역계를 교란시키는가?
그렇다면 왜 면역계는 스스로의 갑상선을 공격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는가? 그 방아쇠는 우리가 이전 시리즈에서 지겹도록 봐왔던 바로 그 용의자들이다.
- 장 누수 & 글루텐: 장 누수는 면역계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밀의 '글루텐' 단백질 구조는 갑상선 조직의 분자 구조와 매우 유사하여('분자 모방'), 면역계가 글루텐을 공격하다가 갑상선까지 헷갈려서 공격하게 될 수 있다.
- 영양소 결핍: 갑상선 호르몬(T4)을 만드는 데는 **'요오드'**와 **'티로신'**이, 비활성형(T4)을 활성형(T3)으로 전환하는 데는 **'셀레늄'**과 **'아연'**이 필수적이다. 이 영양소들이 부족하면 갑상선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 만성 스트레스: [8-5부]에서 다루었듯, 과도한 코르티솔은 활성형 T3로의 전환을 방해하고 면역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갑상선 문제는 갑상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면역 시스템'**과 '장 건강', 그리고 **'영양 상태'**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증상을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면역계가 왜 스스로를 공격하게 되었는지 그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몸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갑상선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의 '성(性)'과 '생식', 그리고 '감정'을 지배하는 또 다른 강력한 호르몬, **'성호르몬'**의 세계로 들어가, 여성의 월경주기와 갱년기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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