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부] 피부건강 | 아토피 2부, 왜 당신의 면역계는 무해한 것들에 전쟁을 선포하는가 (Th2 면역 우세)
지난 글에서 우리는 아토피 피부염의 시작이 '필라그린' 유전자 결함 등으로 인한 선천적인 **'피부 장벽 붕괴'**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마치 성벽이 허물어진 성(城)과 같아서, 외부의 적들(알레르겐, 세균 등)이 너무나 쉽게 성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토피의 모든 증상을 설명할 수 없다. 성벽이 무너졌다고 해서, 성 안의 군대까지 미쳐 날뛰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토피의 두 번째 비극이자, 극심한 가려움과 염증의 직접적인 주범은 바로 이 성 안의 군대, 즉 **'면역 시스템의 과잉 반응과 혼란'**이다. 아토피 환자의 면역계는 무너진 성벽 틈으로 들어온, 사실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이웃(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을 마치 핵무기를 든 침략군처럼 오인하여, 도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과잉 진압 작전을 펼친다.
오늘은 왜 아토피 환자의 면역계가 이토록 예민하고 불균형하게 작동하는지, 그 핵심에 있는 **'Th2 면역 반응의 우세'**라는 개념을 통해 면역계의 혼란을 깊이 파헤쳐 보겠다.
1. 면역계의 두 지휘관: Th1과 Th2
우리 면역 시스템의 후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 군대에는 두 명의 중요한 중간 지휘관이 있다. 바로 **'Th1 세포'**와 **'Th2 세포'**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종류의 적을 상대하며, 건강한 상태에서는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Th1 세포 (세포성 면역 담당):
-
- 주요 임무: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우리 몸 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제거한다. 주로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지휘한다.
- 비유: 성 안에 침투한 간첩이나 좀비를 색출하여 처리하는 '특수부대'.
Th2 세포 (체액성 면역 담당):
-
- 주요 임무: 기생충이나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같은 '외부 침입 물질(항원)'에 대항하여 항체(특히 IgE 항체)를 만들도록 B세포에게 명령한다. 주로 '세포 밖'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지휘한다.
- 비유: 성벽 밖으로 접근하는 외부의 적을 향해 화살(항체)을 쏘는 '궁수 부대'.
2. 아토피의 핵심: Th2 면역 반응의 폭주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는 이 두 지휘관(Th1, Th2)이 시소처럼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토피 환자의 몸에서는 이 시소가 'Th2'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작동 기전:
- 항원 침투: 무너진 피부 장벽 틈으로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같은 항원이 침투한다.
- Th2 과잉 활성화: 면역계가 이 항원을 적으로 오인하고, Th2 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킨다.
- IgE 항체 대량 생산: 폭주한 Th2 세포는 B세포에게 명령하여,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IgE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한다.
- 비만세포 무장: 이 IgE 항체들은 피부에 있는 '비만세포(Mast cell)' 표면에 마치 지뢰처럼 달라붙어, 비만세포를 잔뜩 무장시킨다.
- 히스타민 폭발: 이후 동일한 항원이 다시 침투하여 이 IgE 지뢰와 결합하면, 비만세포는 즉시 폭발하며 **'히스타민(Histamine)'**을 비롯한 염증 물질을 대량으로 쏟아낸다.
논리적 설명:
이 '히스타민'이 바로 극심한 가려움, 혈관 확장(붉은 반점), 진물 등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범인이다. 즉, 아토피의 가려움과 염증은, Th2 궁수 부대가 이웃집에서 날아온 축구공(꽃가루)을 보고 핵미사일(IgE 항체와 히스타민)을 발사하여 도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과잉 진압 작전'인 셈이다.
3. 왜 Th2만 폭주하는가? '위생 가설'과 '장-피부 축'
그렇다면 왜 아토피 환자는 유독 Th2만 강하게 발달하는 것일까?
- 위생 가설 (Hygiene Hypothesis): 현대 사회의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원인이라는 가설이다. 어린 시절, 흙이나 동물과 접촉하며 적절한 세균에 노출되어 Th1 면역(특수부대)이 훈련될 기회가 부족했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Th2 면역(궁수 부대)만 과잉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 장-피부 축 (Gut-Skin Axis): 더욱 근본적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이 면역 시스템 전체의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은 Th1과 Th2가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장내 환경이 무너지면 이 조절 기능이 상실되어 Th2의 폭주를 막지 못하게 된다. [8-1부]에서 언급했듯, 장의 문제가 피부의 문제로 직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토피와의 싸움은 단순히 피부 장벽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 Th2 쪽으로 기울어진 면역의 시소를 다시 수평으로 맞추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피부 보습과 같은 외부적인 관리와 더불어, 장 건강을 회복하고 면역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내부적인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면역계의 혼란이라는 관점에서 아토피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피부 위에는 또 다른 종류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내 몸이 나를 직접 공격하는 '자가면역'의 비극, '건선'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붉은 갑옷의 정체를 파헤쳐 보겠다.
#아토피 #면역과잉반응 #Th2면역 #IgE항체 #히스타민 #가려움원인 #위생가설 #장피부축 #면역균형 #알레르기 #피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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