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7-4부] 정신 장애-세로토닌 95%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정신 유산균(Psychobiotics)'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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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21 14:15
조회
177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
이 신경전달물질은 우리의 기분을 안정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편안한 잠을 자도록 돕는, 정신 건강의 가장 핵심적인 플레이어다. 우울증 치료제(SSRI 계열)가 바로 이 뇌 속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다.

지금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오직 **'뇌 속의 세로토닌'**에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 당신의 모든 통념을 뒤흔드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우리 몸 전체 세로토닌의 단 5%만이 뇌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머지 95%는, 놀랍게도 당신의 '장(Gut)'에서 만들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 점막에 있는 **'장크롬친화세포(Enterochromaffin cells, EC)'**에서, **'장내 미생물'**의 직접적인 조절을 받아 생성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신의 행복과 안정감의 원천은, 당신의 머리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뱃속'에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기분은, 당신의 장내 미생물 군단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매일매일 좌우되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은 왜 장이 '제2의 뇌(The Second Brain)'라 불리는지, 그 핵심 증거인 세로토닌 공장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 특정 유산균 섭취를 통해 기분과 정신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혁명적인 분야 **'정신 유산균(Psychobiotics)'**의 시대가 어떻게 열리고 있는지 알아보겠다.


1. 장, 거대한 행복 호르몬 공장

왜 우리 몸은 가장 중요한 행복 호르몬의 95%를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도록 설계했을까?

작동 기전:장내 세포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1. 장의 연동 운동 조절: 세로토닌은 장의 근육을 수축시켜 음식물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변비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이 기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뇌로 신호 전달: 장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 자체는 혈뇌장벽을 직접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SCFA)'**과 같은 물질들이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뇌가 스스로 세로토닌을 만들고 조절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3. 면역 시스템 조절: 세로토닌은 장의 면역세포 활동을 조절하여, 장내 염증 반응을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논리적 설명: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다.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몸 전체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미주신경이라는 직통 회선을 통해 뇌의 총사령부로 보고하는 '최전선 정보 사령부'다. 행복감과 안정감은, 바로 이 최전선이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뇌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이다. 장이 평안해야, 뇌도 평안할 수 있다.


2. '정신 유산균(Psychobiotics)'의 등장

만약 장내 미생물이 세로토닌 생산과 뇌 기능에 이토록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가 특정 유익균을 섭취함으로써 기분이나 정신 상태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대담한 질문에서 **'정신 유산균(Psychobiotics)'**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탄생했다. 이는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유익균을 의미한다.

작동 기전: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들이 어떻게 우리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지, 수많은 연구들이 그 기전을 밝혀내고 있다.

  •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와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계열의 특정 균주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중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불안과 관련된 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동물 및 임상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 GABA 생산 증가: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는 뇌를 안정시키고 불안을 줄여주는 '천연 신경안정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놀랍게도, 특정 장내 미생물은 이 GABA를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즉, 유산균 섭취가 우리 몸의 천연 신경안정제 생산 공장을 활성화시키는 셈이다.
  • 항염증 효과: 이 유익균들은 장벽을 튼튼하게 하여 '장 누수'를 막고, 항염증성 물질을 분비하여 [7-1부]와 [7-2부]에서 다루었던 염증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논리적 설명: '정신 유산균'의 섭취는, 단순히 장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넘어, 장(GUT) → 면역(IMMUNE) → 신경(NEURO) → 내분비(ENDOCRINE)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바로잡는 통합적인 접근법이다. 이것은 마음을 바꾸기 위해 '몸'의 가장 근본적인 환경부터 바꾸는, 지극히 과학적인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당신의 감정은 더 이상 추상적인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장 속에 살고 있는 100조 마리 미생물 군단이 매일매일 연주하는 거대한 '교향곡'과 같다. 유해균이 많아 불협화음이 가득한 장에서는 불안과 우울의 선율이 연주될 것이고, 유익균이 풍부하여 조화로운 장에서는 평온과 행복의 선율이 울려 퍼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장내 미생물이라는 '배후 조종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 미생물 군단을 먹여 살리고, 뇌가 행복 호르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재료'를 공급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다.

다음 편에서는, 당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당신의 감정이 되는지, 뇌 기능에 필수적인 '영양소'들이 부족할 때 어떤 정신적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영양 정신의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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