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근골격계 3-2]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는 치명적인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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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9 14:59
조회
166

"나이가 들수록 소식(小食)해야 건강하다."
"고기는 소화도 안 되고 몸에 나쁘니, 채소 위주로 가볍게 먹어야 한다."

이 말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노년의 '미덕'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소화 부담과 신장 걱정을 이유로 육류 섭취를 의식적으로 줄인다. 이 믿음 속에는 일견 타당해 보이는 논리가 존재하며, 일부 연구들은 칼로리 제한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게 된다. 바로 '무엇을'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가공식품이 아닌, 생명의 핵심 재료인 '단백질' 섭취까지 줄이는 순간, 그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다.

우리는 지난 3-1부에서 근육이 단순히 힘을 쓰는 조직이 아니라, 혈당과 염증을 조절하고 뇌까지 깨우는 최고의 '호르몬 공장'임을 확인했다. 이 공장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유일한 재료가 바로 단백질이다. 그런데 우리는 '소식'이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 생명 유지 장치의 전원을 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늘은 왜 노년기에 오히려 '더 많은' 단백질이 필사적으로 필요한지, 그 핵심 기전인 **'단백동화 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을 통해 파헤치고, 단백질에 대한 오랜 오해들을 과학적 근거로 바로잡아 보겠다.


1. 귀가 어두워진 근육의 외침: '단백동화 저항성'의 기전

젊은 시절에는 단백질을 조금만 먹어도 근육이 잘 생성된다. 하지만 노화된 근육은 마치 귀가 어두워진 사람처럼, 단백질이 보내는 '근육을 합성하라'는 신호를 잘 듣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근감소증의 핵심 기전인 '단백동화 저항성'이다.

  • 작동 기전: 우리가 단백질을 섭취하면, 혈액 속 아미노산 농도가 높아진다. 이는 근육 세포에게 "이제 재료가 충분하니, 근육 합성을 시작하라!"고 외치는 강력한 신호다. 특히 **'류신(Leucine)'**이라는 아미노산은 이 신호 체계의 핵심 스위치인 **'mTOR'**를 직접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된 근육 세포는 이 mTOR의 민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젊은 세포는 류신이 조금만 들어와도 mTOR 스위치를 켜지만, 노화된 세포는 훨씬 더 높은 농도의 류신이 문을 두드려야만 겨우 스위치를 켠다.
  • 논리적 설명: 이는 귀가 어두워진 사람에게 더 큰 소리로 말해야만 의사가 전달되는 것과 완벽히 같은 이치다. 노년기에 젊은 시절과 똑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은, 귀먹은 근육 세포에 속삭이는 것과 같다. 근육은 아무런 신호도 듣지 못하고 서서히 굶어 죽어간다. 단백동화 저항성의 '문턱'을 넘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고 집중적인 단백질 공급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오랜 오해 바로잡기: "단백질은 신장에 해롭다?"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신장 기능 저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 기존 주장과의 연결성: 단백질이 신장에 부담을 준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요소'라는 노폐물이 생성되고, 이를 걸러내는 것이 신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심각한 만성 신부전(CKD)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고단백 식이를 제한하는 것은 현대 의학의 표준 치료 지침이다.
  • 최신 의학의 반박: 하지만 이 주장이 '건강한 노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많은 대규모 연구들은, 건강한 신장을 가진 사람에게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신장 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단백질 부족으로 인한 근감소증이 당뇨병과 고혈압을 유발하고, 이 질환들이 결국 신장을 망가뜨리는 훨씬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즉, **단백질을 피해서 신장을 보호하려다, 근감소증으로 인해 신장이 망가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3. 소화 불량의 진짜 범인 찾기

"고기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호소 역시 흔하다. 그러나 이는 단백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노화로 인한 '소화 능력 저하'가 진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 작동 기전: 나이가 들면 단백질 소화의 첫 단추인 '위산'과 '펩신'의 분비가 감소한다. 강력한 산성 환경에서 단백질을 분해해야 하는데, 약해진 위산으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더부룩함이나 소화 불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고기를 피해야 할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나의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 현명한 대안: 붉은 육류의 소화가 부담스럽다면, 닭가슴살, 생선, 계란, 두부, 그릭 요거트 등 상대적으로 소화가 쉬운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을 선택하면 된다. 또한, 흡수율이 매우 높은 유청 단백(Whey protein) 보충제를 활용하는 것도 단백동화 저항성을 극복하는 매우 현명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우리는 칼로리를 제한하되, 단백질은 오히려 의식적으로 늘려야 하는 '영양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귀먹은 근육의 문을 두드릴 만큼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년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제 우리는 근육의 재료(단백질)를 어떻게 공급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재료들을 가지고 실제로 집을 짓도록 명령하는 '건설 신호', 즉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편에서는 유산소와 근력 운동 사이에서, 노년기 근육을 깨우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단백동화저항성 #근감소증예방 #노년단백질 #류신 #mTOR #신장건강 #단백질오해 #기능의학 #근골격계 #단백질보충제 #건강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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