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정신 건강 3부] 성인 ADHD | '게으름'과 '의지박약'이라는 억울한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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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8 11:17
조회
168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도무지 시작을 못 하겠어.",

"회의 시간에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다가 중요한 내용을 놓치기 일쑤야.",

"약속 시간을 매번 아슬아슬하게 지키거나 늦어서, 신뢰를 잃고 있어."

이것은 결코 당신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당신의 뇌 속에서, '동기부여'와 '집중력'을 관장하는 엔진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다르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어린 시절의 산만함으로만 여겨졌던 이 신경 발달 장애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 전체를 미묘하지만 끈질기게 발목 잡는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된다.


1단계 (공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오해

성인 ADHD를 가진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은 줄어드는 대신, '조용한 내면의 혼돈' 속에서 살아간다.

'주의력 결핍'의 증상:

① 실행 기능 장애: 중요한 일(세금 신고, 보고서 작성 등)을 알면서도 시작을 못 하고, 마감 직전까지 미루는 극심한 '꾸물거림(Procrastination)'.

② 잦은 실수: 세부적인 사항에 집중하지 못해, 업무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한다.

③ 시간 관리의 어려움: 시간의 흐름을 잘 인지하지 못해 약속에 늦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④ 건망증: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거나, 방금 들은 말을 까먹는 일이 잦다.

'과잉행동·충동성'의 증상:

① 내면의 안절부절: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등 내면의 불안감을 표출한다.

② 충동적인 결정: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내뱉어 오해를 사거나, 충동적으로 돈을 쓰거나,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③ 감정 조절의 어려움: 사소한 일에 쉽게 욱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다.

이 모든 증상들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노력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없다", "성격이 이상하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며, 당사자는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라는 깊은 자괴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2단계 (폭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 화학'의 문제

ADHD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뇌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 기능, 특히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문제다.

범인 1호, '도파민(Dopamine)'의 부족:

    • 역할: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부여'의 핵심이다. 어떤 일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고, 그 일을 시작하도록 '시동'을 걸며, 일을 마쳤을 때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 ADHD의 뇌: ADHD의 뇌는, 이 도파민의 수치가 낮거나,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비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재미없고 보상이 즉각적이지 않은 일(서류 작업 등)에 대해서는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는 것이다.

범인 2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부족:

    • 역할: 노르에피네프린은 '각성'과 '집중력'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 ADHD의 뇌: 이 필터가 약하기 때문에, 주변의 사소한 소리나 생각의 파편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이다.

3단계 (증명): '치료약'이 증명하는 '생물학적 원인'

  •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등)의 원리:
    ADHD 치료제는,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막아, 그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 역설적인 효과: 일반인이 이 약을 먹으면 각성 효과가 나타나지만, ADHD 환자가 먹으면 오히려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ADHD가 '의지박약'이 아닌,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채워주어야 하는 명백한 '생물학적 불균형' 상태임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4단계 (제안): 약물과 함께, '뇌의 엔진'을 튜닝하라

약물 치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① '단백질'을 섭취하라, '설탕'을 끊어라:
모든 신경전달물질의 원료는 **'단백질(아미노산)'**이다. 매 끼니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은 도파민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혈당 롤러코스터를 유발하여 집중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최악의 적이다.

② '핵심 영양소'로 엔진 오일을 갈아주라:

    • 오메가-3(EPA & DHA): 뇌세포막을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 지방산.
    • 철분: 철분 부족은 도파민 생성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특히 여성 ADHD 환자)
    • 아연 & 마그네슘: 신경전달물질 합성과 신경 안정에 필수적인 미네랄.

③ '운동'은 가장 강력한 천연 각성제: 규칙적인 운동, 특히 아침에 하는 운동은, 약물 없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자연적으로 높여, 하루 종일 맑은 정신과 집중력을 유지하게 돕는 최고의 처방이다.

④ '환경'을 설계하고 '습관'을 만들어라: 의지에만 의존하지 말고, '뽀모도로 기법(25분 집중, 5분 휴식)'을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는 등, 집중을 방해하는 '환경' 자체를 통제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ADHD는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창의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독특한 뇌의 '운영체제(OS)'일 뿐이다. 이 운영체제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연료(영양)'와 '환경'을 제공해 줄 때, 당신의 뇌는 비로소 그 놀라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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