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대사질환 - 통풍 | 바람만 스쳐도 비명, '요산'은 왜 당신의 관절을 공격하나

질병탐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6 13:50
조회
217

어느 날 밤, 잠을 자다 엄지발가락에 불이라도 붙은 듯한,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붉게 부어오른 관절은 스치기만 해도 살을 에는 고통을 유발한다. 이것이 바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이름의 **'통풍(痛風, Gout)'**이다. 과거에는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는 황제나 귀족들만 걸린다 하여 '왕의 병', '귀족병'이라 불렸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된 오늘날에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대사질환이 되었다. 병원에서는 "고기, 등푸른 생선, 맥주를 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퓨린(Purine)'이라는 전통적인 범인 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훨씬 더 교활하고 강력한 '진짜 범인'이 숨어있다.


1. '요산(Uric Acid)'이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바늘

  • 통풍의 정체: 통풍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요산'**이라는 찌꺼기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과도하게 쌓여 발생한다 (고요산혈증, Hyperuricemia).
  • '바늘'의 공격: 혈액 속에 너무 많아진 요산은, 온도가 낮고 혈액 순환이 느린 관절 부위(특히 엄지발가락)에서 바늘처럼 날카로운 **'요산 결정체(Monosodium Urate Crystal)'**를 이룬다.
  • 면역계의 반격: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 뾰족한 결정체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하여, 제거하기 위해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염증 반응과 함께, 우리가 느끼는 끔찍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2. 전통적인 범인: '퓨린(Purine)'이 많은 음식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에서 분해될 때 생성된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고(高)퓨린 식품:

    • 육류 내장: 간, 곱창, 허파 등
    • 등푸린 생선: 고등어, 꽁치, 정어리, 멸치 등
    • 육수와 맥주: 고기를 푹 우려낸 국물과, 맥주(특히 효모)에는 퓨린이 매우 풍부하다.

이러한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통풍 관리에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3. 숨겨진 '진범': '과당(Fructose)'의 두 얼굴

최신 대사 연구들은, 통풍의 가장 강력한 배후 조종자로 '고기'가 아닌, **'과당'**을 지목하고 있다. 우리가 '지방간' 편에서 만났던 바로 그 범인이다.

  • 과당의 첫 번째 공격 (요산 직접 생성):
    과당은 우리 간(肝)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를 대량으로 소모한다. 이 ATP가 분해되는 과정의 부산물로, '요산'이 직접적으로 대량 생산된다. 즉, 과당은 퓨린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몸의 요산 수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
  • 과당의 두 번째 공격 (요산 배출 방해):
    과당은 신장(腎臟)에서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즉, 한쪽에서는 요산 생산 공장을 풀가동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요산이 빠져나가는 하수구를 막아버리는, 그야말로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 액상과당의 위험: 이 위험한 과당이 가장 농축된 형태로 들어있는 것이 바로 **'액상과당'**이다. 당신이 무심코 마시는 콜라, 사이다, 과일주스, 각종 소스가, 당신의 발가락에 시한폭탄을 심고 있는 것이다.
  • 과학적 증거: 세계적인 의학 저널 『BMJ』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과당 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통풍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 '인슐린 저항성', 또 다른 공범

  • 인슐린의 역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높은 인슐린 수치는 신장에서 나트륨 배출을 막는다. 그런데 인슐린은 나트륨뿐만 아니라, '요산'의 배출까지 함께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 결론: 결국,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 있는 사람은, 과당으로 인한 요산 과잉 생산과 함께, 높은 인슐린으로 인한 요산 배출 억제라는 **'이중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이것이 바로, 통풍이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다른 대사질환과 '친구처럼' 함께 나타나는 이유다.

5. 통풍을 이기는 법: '왕의 식탁'이 아닌, '현대의 식탁'을 버려라

① '설탕'과 '액상과당'부터 끊어라: 이것이 통풍 치료의 제1원칙이다. 고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당신이 마시는 달콤한 음료수 한 캔이다.

② '정제 탄수화물'을 줄여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이 요산 배출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③ '좋은 음식'을 두려워하지 마라: 퓨린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이나 영양가 높은 채소(시금치, 아스파라거스 등)까지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최신 연구들은, 육류 퓨린과 달리 '식물성 퓨린'은 통풍 위험을 거의 높이지 않는다고 보고한다.

④ '물'을 충분히 마셔라: 충분한 수분 섭취는, 혈중 요산 농도를 희석시키고 소변으로 원활하게 배출시키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이다.

⑤ '비타민 C'와 '체리'를 활용하라: 비타민 C와 체리(특히 타트체리)는 요산 수치를 낮추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통풍은 더 이상 '왕의 병'이 아니다. 그것은 설탕과 가공식품에 중독된 '현대인의 병'이다. 진짜 범인을 제대로 알고, 당신의 식탁에서부터 그 범인을 추방할 때, 비로소 지긋지긋한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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