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인혁당 사건, 사법부가 살인을 저지른 날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3 14:07
조회
121
박정희의 유신 독재 시절, 중앙정보부는 '반공'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해냈다. 그중에서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은, 국가 권력이 무고한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사법부의 이름으로 합법적인 '살인'을 저지른,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이처럼 독재에 저항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어야 했던 억울한 희생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1. 1차 인혁당 사건 (1964년): '조작'의 서막

  • 배경: 박정희 정권이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추진하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격화되었다.
  • 사건의 조작: 궁지에 몰린 중앙정보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 조직 '인민혁명당'이 학생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엄청난 사건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는 시위의 본질을 '용공(容共)'으로 물타기하고,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작 사건이었다.
  • 결과: 당시에는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여,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죄나 가벼운 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 2차 인혁당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1974년): '살인'의 완성

  • 배경: 1972년 '유신 헌법' 선포 이후, 박정희의 영구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타올랐다. 특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이 구속되자, 정권은 또다시 '북한의 배후'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 잔혹한 조작: 중앙정보부는 "1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청학련을 조종하고, '인혁당'을 '재건'하여 국가 전복을 꾀했다"는 더 거대하고 끔찍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다.
  • 고문으로 만든 '증거': 중정 남산 지하실로 끌려간 수십 명의 무고한 시민(교사, 회사원, 한의사 등)들은, 전기고문, 물고문 등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고문 끝에, 자신들이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3. '사법 살인'의 그날 (1975년 4월 9일)

  • 사법부의 야합: 대법원은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증거와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만을 근거로, 피고인 8명에게 **'사형'**을, 나머지 관련자들에게는 무기징역과 중형을 선고했다.
  • 새벽의 집행: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난 지 불과 18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 8명에 대한 사형이 기습적으로 집행되었다. 이는 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지 않은, 명백한 '사법 살인'이었다.
  • 국제 사회의 비난: 이 야만적인 사건에, 국제사법가위원회는 "사법 암흑의 날"이라고 선포하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4.32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무죄'

  • 재심과 무죄 판결: 유가족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마침내 32년 만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문에 의한 자백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국가 기관에 의한 조작 사건"이었음을 명백히 했다.
  • 남겨진 교훈: 이 사건은,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행정부(중앙정보부)와 사법부(법원)가 결탁할 때, 한 국가가 얼마나 쉽게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증거다. '사법부의 독립'이 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지를, 우리는 8명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뼈아프게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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