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통치', 희망의 제안은 어떻게 비극의 씨앗이 되었나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3 11:43
조회
113
해방 직후, 혼란에 빠진 한반도에 또 하나의 운명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영국, 소련 3국의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조선에 임시 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이를 돕기 위해 최대 5년간 4개국이 신탁통치를 실시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겉보기의 이 제안은, 갓 태어난 신생독립국의 안정적인 출발을 돕겠다는 강대국들의 '선의'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신탁통치'라는 단어는, 35년간 식민 지배의 설움을 겪었던 우리 민족에게는 '제2의 식민지배'와도 같은 굴욕적인 언어였다. 여기에 언론의 결정적인 '오보'와, 이를 둘러싼 좌우익의 극단적인 정치 투쟁이 더해지면서, '신탁통치'는 해방 공간의 모든 희망을 집어삼키고, 우리 민족을 분열과 대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길로 밀어 넣은 저주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신탁통치 #모스크바3상회의 #반탁운동 #찬탁 #좌우대립 #분단의시작 #해방정국 #동아일보오보 #미소공동위원회 #역사 #한국사 #현대사 #이념갈등
1. '모스크바 3상 회의', 진짜 결정 내용은 무엇이었나?
1945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3국 외상 회의의 결정 내용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순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1항: 조선을 독립 국가로 재건설하며, 이를 위해 **'조선 임시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다. (가장 중요한 목표)
- 제2항: 임시정부 수립을 원조하기 위해, 남측의 미군 사령부와 북측의 소련군 사령부 대표들로 **'미소공동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는 조선의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하여 임시정부 조직을 완성한다.
- 제3항: 미소공동위원회는 조선 임시정부 및 정당·사회단체와 협의하여, 최대 5년간 4개국(미·영·소·중)이 참여하는 '신탁통치' 협정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 제4항: 2주 이내에 미소 양군 대표 회의를 개최하여, 남북 간의 긴급한 문제들을 협의한다.
2. '동아일보'의 오보, 역사를 뒤바꾸다
이 복잡한 내용이 국내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역사를 뒤바꾼 치명적인 '오보'가 발생한다.- 사건: 1945년 12월 27일, 동아일보는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대서특필했다.
- 진실: 실제 회의 내용은 그 반대에 가까웠다. 오히려 미국이 '최대 5년'이라는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며 신탁통치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소련은 비교적 즉각적인 정부 수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 오보의 파장 (반소·반공 감정 폭발): 이 기사는, 해방군으로 들어온 소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대중에게, **"소련 = 우리를 다시 지배하려는 붉은 제국주의", "미국 = 우리의 독립을 지지하는 우방"**이라는 흑백논리의 프레임을 씌워버렸다.
3. '반탁' vs '찬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다
이 오보를 기점으로, 해방 정국은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었다.- 우익의 '반탁 운동': 임시정부의 김구를 비롯한 우익 민족주의 세력은, 신탁통치를 "나라를 다시 팔아먹는 매국 행위"로 규정하고, 총파업과 시위 등 격렬한 **'반탁 운동'**을 전개했다. 그들에게 신탁통치는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민족의 치욕'이었다.
- 좌익의 '결정 지지 (찬탁)': 처음에는 좌익 역시 신탁통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며칠 뒤, 모스크바 결정의 전문(全文)이 알려지고, 회의의 핵심이 '임시정부 수립'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 박헌영의 조선공산당 등 좌익 세력은, "모스크바 3상 회의 결정 총체적 지지"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 비극의 시작: 이 순간부터, 해방 공간은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반탁(우익, 민족 반역자 아님) vs 찬탁(좌익, 민족 반역자)'**이라는 극단적인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상대방을 '매국노'로 규정하는 감정적인 싸움 속에서, '어떻게 통일된 임시정부를 세울 것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본질은 실종되어 버렸다.
4. 비극의 씨앗: 분단의 명분이 되다
-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 이후 개최된 미소공동위원회는,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시킬 '조선의 정당·사회단체'의 범위를 두고 계속해서 충돌했다. 미국은 '반탁'을 외치는 우익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소련은 "모스크바 결정에 반대하는 단체와는 협의할 수 없다"며 좌익 단체 중심을 고집했다.
- 분단의 고착화: 결국 미소공동위원회는 최종 결렬되었고,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UN으로 넘겨버렸다. 이는 결국, '가능한 지역(남한)에서만의 단독 선거'를 통해 남과 북에 각각의 정부가 들어서는, '분단'을 공식화하는 길로 이어지게 되었다.
#신탁통치 #모스크바3상회의 #반탁운동 #찬탁 #좌우대립 #분단의시작 #해방정국 #동아일보오보 #미소공동위원회 #역사 #한국사 #현대사 #이념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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