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서간도·북간도·연해주, 독립전쟁의 씨앗을 뿌리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지도 위에서 사라졌다. 나라는 망했고,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순간, 새로운 저항이 시작되었다. 을사늑약 이후부터 끊임없이 총을 들고 싸웠던 '의병(義兵)'의 남은 세력들과, 이회영, 이동녕, 이상룡과 같은 선각자들은, 더 이상 국내에서의 저항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넜다. 춥고 낯선 땅, 서간도, 북간도, 연해주로 망명한 그들은, 그곳에 둔전을 일구고 학교를 세우며, 언젠가 되찾을 조국을 위한 **'독립전쟁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당장의 승리를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며, 독립 전쟁을 이끌어갈 '사람'을 키워내고 '군대'를 양성하려 했던, 위대한 씨 뿌리기의 시작이었다.
1. 서간도(西間島): '신흥무관학교', 독립군 사관학교의 탄생
위치: 압록강 건너, 현재 중국의 지린성 퉁화(통화), 지안(집안) 일대.
주요 인물 및 단체:
- 이회영 6형제: 명문가의 자손이었던 이회영 6형제는, 현재 가치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팔아, 1910년 겨울 60여 명의 가족을 이끌고 서간도 삼원보로 집단 망명했다.
- 경학사(耕學社)와 신흥강습소(新興講習所): 그들은 "낮에는 밭을 갈고(耕), 밤에는 학문을 배운다(學)"는 기치 아래, 독립운동 기지인 '경학사'를 조직하고, 그 산하에 군사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신흥강습소'를 설립했다(1911년).
'신흥무관학교(新興武官學校)'로 발전:
이 신흥강습소가 바로, 훗날 3,500명이 넘는 독립군 간부를 배출하며 **'독립군 사관학교'**의 역할을 하게 되는 신흥무관학교의 전신이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주역들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군 지휘관들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의미: 서간도 기지는, 이회영과 이상룡 같은 지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어떻게 독립전쟁의 가장 튼튼한 뿌리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 북간도(北間島): '명동학교', 민족 교육의 요람
위치: 두만강 건너, 현재 중국의 지린성 옌볜(연변) 조선족 자치주 일대. (용정, 명동 등)
주요 인물 및 단체:
- 이상설, 이동휘: 헤이그 특사였던 이상설과 이동휘 등 민족 지도자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 서전서숙(瑞甸書塾), 명동학교(明東學校): 이들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신념 아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기 위한 근대식 민족 학교를 세웠다. 특히 명동학교는, 시인 윤동주와 영화감독 나운규 등을 배출하며, 일제강점기 암흑 속에서 민족의 얼과 문화를 지키는 '민족 교육의 요람'이 되었다.
- 중광단(重光團)과 북로군정서(北路軍政署): 대종교를 중심으로 한 무장 독립 단체 '중광단'이 조직되었고, 이는 훗날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로 발전하여 청산리 전투 승리의 주역이 된다.
3. 연해주(沿海州): '대한광복군 정부', 최초의 망명 정부
위치: 현재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극동 지역.
주요 인물 및 단체:
- 최재형, 이상설, 이동휘: 19세기부터 이주하여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닦고 있던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의 새로운 구심점이 만들어졌다.
- 권업회(勸業會)와 대한광복군 정부(1914년): 표면적으로는 실업 단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운동 단체였던 '권업회'를 기반으로, 대통령 이상설, 부통령 이동휘를 추대한 **'대한광복군 정부'**가 수립되었다. 비록 러시아 당국의 탄압으로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이는 3.1 운동 이후 수립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효시(嚆矢)**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 대한국민의회(1919년): 3.1 운동 직후, 연해주의 독립운동가들은 다시 한번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를 조직하여, 상하이 임시정부와의 통합 논의를 주도했다.
나라는 망했지만, 정신은 죽지 않았다. 서간도에서는 '군대'가, 북간도에서는 '민족 교육'이, 그리고 연해주에서는 '정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춥고 척박했던 북방의 땅에서 우리 선조들이 뿌렸던 이 세 개의 씨앗은, 1919년 3.1 운동이라는 거대한 불꽃을 만나, 마침내 '독립전쟁'이라는 이름의 거목으로 자라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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