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명성황후, 구국의 영웅인가 권력의 화신인가 | 비극의 왕비와 조선의 마지막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3 08:07
조회
73
그녀는 고종의 아내이자, 쇄국의 문을 닫아건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에 맞서 개화와 외교를 주도했던 여인이었다. 일본의 칼날 아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국모(國母)'이자, 일제에 맞선 '최후의 저항가'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가문인 '민씨 척족'을 등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외세를 끌어들여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권력의 화신'이라는 차가운 평가가 공존한다. 과연 명성황후(민비, 閔妃)의 진짜 얼굴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어떻게 조선의 숨통을 끊어놓는 국권 피탈의 서막이 되었나.



1. 권력의 무대에 서다: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전쟁

  • 권력 장악: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된 그녀는, 남편 고종을 대신하여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 번째 적은, 아들을 대신해 10년간 섭정을 했던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이었다.
  • 개화 vs 쇄국: 그녀는 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에 반대하며, 문호 개방과 서구 문물 수용을 주장하는 '개화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를 통해 대원군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수십 년간 이어질 '민씨 척족 정권'의 시대를 열었다.



2. 엇갈린 평가: '외교가'인가, '권력욕의 화신'인가

긍정적 평가 (개화와 자주 외교):
  • 그녀는 쇄국으로 고립되어 있던 조선을 세계 무대에 등장시킨 '최초의 외교가'였다. 일본, 청나라, 러시아, 미국 등 열강들의 힘의 균형을 이용하여, 조선의 독립을 유지하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펼쳤다.
  • 특히, 청일전쟁 이후 일본의 영향력이 극도로 강해지자, 이번에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인아거일, 引俄拒日)**하려는 대담한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부정적 평가 (척족 정치와 국정 농단):
  •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인척인 '민씨' 일족을 조정의 요직에 앉혀 국정을 농단하게 만들었다. 민씨 척족들은 매관매직과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국가 재정을 파탄 냈고, 임오군란과 같은 민중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 외세를 끌어들이는 그녀의 외교는, 조선의 자주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국내 정적(대원군, 개화파 등)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3. 을미사변(1895년): 일본의 칼날에 스러진 왕비

  • 사건의 배경: 명성황후의 '친러시아' 정책은, 조선을 완전히 장악하려던 일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일본은 자신들의 계획에 가장 방해가 되는 명성황후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 시해(弑害): 1895년 10월 8일 새벽, 주한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휘 아래, 일본의 낭인(깡패)과 군인들이 경복궁을 기습했다. 그들은 건청궁으로 난입하여, 고종과 세자가 보는 앞에서 명성황후를 찾아내 무참히 시해하고, 그 시신을 석유로 불태워 버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만행을 저질렀다.
  • 사건의 파장: 이 끔찍한 '을미사변'은, 조선의 국모가 외국 침략자들에게 안방에서 살해당한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조선의 주권이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일본에 대한 분노가 들끓으며 '항일 의병'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4. 국권 피탈로 가는 길 (1905~1910년)

명성황후라는 가장 강력한 '반일(反日) 구심점'이 사라지자, 조선의 멸망은 가속화되었다.
  • 고종의 아관파천(1896): 일본의 만행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여 1년간 머무르게 된다. 이는 조선의 왕이 스스로 나라를 버리고 외세에 의탁한 것으로, 국가의 자주성은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 러일전쟁(1904-1905)과 일본의 승리: 한반도를 둘러싼 마지막 경쟁자였던 러시아마저 일본에게 패배하자, 더 이상 일본을 견제할 세력은 동아시아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 을사늑약(1905) → 군대 해산(1907) → 경술국치(1910): 이후의 과정은 우리가 살펴본 대로다. 외교권을 빼앗고(을사늑약), 군대를 해산시킨 일본은, 1910년 8월 29일, 마침내 대한제국을 완전히 병합하며 국권을 피탈했다.
 

결론적으로, 명성황후는 시대를 앞서간 외교가였는지, 아니면 나라보다 가문을 먼저 생각한 권력자였는지 여전히 논쟁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일본이 감히 조선을 집어삼키지 못할 만큼, 그녀가 일본에게는 가장 껄끄럽고 위협적인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곧 조선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꺼져가는 것을 알리는 서글픈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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