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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구국의 영웅인가 쇄국의 걸림돌인가 | 마지막 개혁의 빛과 그림자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3 07:17
조회
112
60년간 이어진 세도정치로 나라는 안팎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서양의 검은 함선(이양선, 異樣船)들이 심상치 않게 해안을 넘보던 19세기 중반. 깊은 절망 속에서, 조선은 마지막 희망처럼 한 명의 강력한 리더를 맞이한다. 바로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 그는 왕의 아버지로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수십 년간 쌓여온 적폐를 청산하는 과감한 개혁으로 꺼져가던 조선의 불씨를 되살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양이(洋夷)'를 향한 그의 너무나 완고했던 '쇄국(鎖國)' 정책은, 결국 조선이 스스로 근대화할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세계사의 흐름에서 고립되는 '망국의 서막'을 여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1. '개혁'이라는 빛: 60년의 적폐를 부수다

대원군이 펼친 국내 개혁은, 그동안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했던 성역을 건드린, 매우 과감하고 혁신적인 것이었다.

① 세도정치 타파: 안동 김씨를 비롯한 기존의 세도 가문을 핵심 권력에서 몰아내고, 신분이나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왕권을 강화했다.

② 서원 철폐 (양반과의 전쟁): 당시 전국의 서원은, 면세와 군역 면제 특권을 누리며 백성을 수탈하고 붕당의 근거지가 되는 등 국가의 가장 큰 암적인 존재였다. 대원군은 "공자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용서치 않겠다"며, 전국 600여 개의 서원 중 47개만 남기고 모두 철폐해버렸다. 이는 양반 유생들의 격렬한 반발을 샀지만, 국가 재정을 확충하고 민심을 얻는 결정적인 개혁이었다.

③ '삼정의 문란' 개혁: 백성을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조세 제도를 개혁했다. 양반에게도 군포를 징수하는 **'호포제(戶布制)'**를 실시하고, 고리대금업으로 변질된 환곡을 '사창제(社倉制)'로 바꾸는 등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려 노력했다.

④ 법전 편찬: 『대전회통』, 『육전조례』 등 새로운 법전을 편찬하여, 무너졌던 국가의 통치 질서를 바로 세우려 했다.



2. '쇄국'이라는 그림자: 세상의 변화에 눈을 감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철저하게 '내부'에만 머물러 있었다. 밖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즉 서구 제국주의의 본질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 병인양요 (1866년, vs 프랑스):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병인박해)를 구실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공한 사건. 조선군은 양헌수 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정족산성에서 분전하여 프랑스군을 격퇴했다.
  • 신미양요 (1871년, vs 미국):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미국 함대가 강화도를 침공한 사건. 조선군은 어재연 장군이 이끄는 수비대가 광성보에서 결사항전했으나 전멸했다. 미군 역시 큰 피해를 입고 스스로 물러났다.
  • '척화비(斥和碑)' 건립: 두 차례의 '승리'에 고무된 대원군은, 전국 각지에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라는 글귀를 새긴 척화비를 세우고, 문을 걸어 잠그는 '통상수교 거부 정책'을 더욱 확고히 한다.



대원군의 한계: 왜 그는 문을 열지 못했나?

  • '성리학적 세계관': 그의 머릿속 세상은 여전히 '문명국(조선, 중국)'과 '오랑캐(서양, 일본)'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그는 서구 열강을 '교류해야 할 새로운 파트너'가 아닌, '물리쳐야 할 야만적인 침략자'로만 인식했다.
  • '성공'의 역설: 두 차례의 양요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경험은, 오히려 그의 쇄국 정책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독'이 되었다. 이는 "우리의 힘으로도 충분히 오랑캐를 막을 수 있다"는 위험한 자만심을 낳았다.
  •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보지 못하다: 바로 그 시기, 이웃 일본은 서양의 압도적인 힘을 깨닫고 재빨리 문을 열어 '메이지 유신'이라는 근대화 개혁에 성공하며 강대국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원군은 이 결정적인 차이를 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흥선대원군은 무너져가던 조선이라는 집의 '내부 수리'에는 성공한 유능한 목수였다. 하지만 그는 집 밖에서 다가오는 '세계사의 거대한 태풍'을 읽지 못하고, 창문을 닫고 문을 걸어 잠그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그의 과감했던 국내 개혁은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그의 완고한 쇄국 정책은, 결국 조선이 근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열강의 각축장으로 전락하는 비극의 서막을 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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