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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정치, 소수의 가문이 나라를 삼키다 | 조선 멸망의 서곡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3 06:55
조회
127
숙종의 '환국' 정치가 남긴 최악의 유산은, 왕이 직접 나서서 특정 붕당을 전멸시키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탕평책을 펼쳤던 영조와 정조 시대에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정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어린 순조가 즉위하자, 마침내 억눌려왔던 권력의 욕망이 폭발한다. 이제는 당파 간의 경쟁도 사라졌다. 오직 왕의 외할아버지나 장인, 즉 소수의 '외척(外戚)' 가문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나라 전체를 자신들의 사유물처럼 주무르는 **'세도정치(勢道政治)'**라는 최악의 정치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60여 년간 이어진 이 비정상적인 시대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뿌리부터 썩게 만들며, 결국 외세의 침략 앞에 무기력하게 스러지는 멸망의 길을 재촉했다.



'세도(勢道)'의 시작: 안동 김씨의 등장

  • 발단: 정조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후, 11세의 어린 아들 순조가 즉위한다. 정조의 유지를 받들어 왕을 보필해야 할 할머니 **정순왕후 김씨(영조의 계비)**가 수렴청정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친정 가문인 '경주 김씨'를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한다.
  • 안동 김씨의 권력 장악: 정순왕후 사후, 이번에는 순조의 장인이었던 김조순을 중심으로 한 '안동 김씨' 가문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김조순 자신은 비교적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아들과 친척들은 서서히 조정의 요직을 독점하며, '안동 김씨'가 아니면 벼슬을 할 수 없는 시대를 열었다.



권력의 정점과 타락: 3대 60년의 세도

안동 김씨의 세도는 순조-헌종-철종, 3대에 걸쳐 60여 년간 이어진다.

혼인을 통한 권력 세습: 그들은 자신들의 가문에서 계속해서 왕비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국구(國舅, 임금의 장인)'의 지위를 대물림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매관매직(賣官賣職)', 나라의 벼슬을 팔다:
세도 가문에게 나랏일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국정은 오직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었다.
  • 과거 시험의 붕괴: 돈만 내면 과거에 급제할 수 있었고, 심지어 시험지에 이름만 써내도 합격하는 '백지 답안'까지 등장했다.
  • 관직 매매: 평안감사 자리는 10만 냥, 아전 자리는 수천 냥에 거래되는 등, 모든 관직이 '가격표'가 붙은 상품으로 전락했다.
삼정(三政)의 문란, 백성의 고통:
돈을 주고 벼슬을 산 관리들은, 그 본전을 뽑기 위해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했다. 이것이 바로 '삼정의 문란'이다.

① 전정(田政)의 문란: 멀쩡한 토지를 황무지로 속여 세금을 빼돌리거나, 각종 부가세를 멋대로 붙여 토지세를 과도하게 징수했다.

② 군정(軍政)의 문란: 이미 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白骨徵布)', 갓난아기에게 군포를 물리는 '황구첨정(黃口簽丁)' 등 상상을 초월하는 수탈이 자행되었다.

③ 환곡(還穀)의 문란: 봄에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싼 이자로 갚게 하는 구휼 제도였던 환곡은, 강제로 쌀에 모래와 겨를 섞어 빌려주고, 갚을 때는 고리의 이자를 붙여 빼앗는 '고리대금업'으로 변질되었다.



결과: '홍경래의 난'과 민란의 시대

  • 저항의 폭발: 견디다 못한 백성들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했다. 1811년, 몰락한 양반 출신 홍경래가 평안도 지역의 차별과 삼정의 문란에 저항하며 일으킨 **'홍경래의 난'**은, 세도정치 시대를 뒤흔든 최초의 대규모 농민 봉기였다.
  • 조선의 멸망을 재촉하다: 비록 홍경래의 난은 진압되었지만, 이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심은 완전히 조정을 떠났고, 국가는 내부로부터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이처럼 스스로를 개혁할 힘을 완전히 상실한 조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려오는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의 파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항상 배부르면 안 된다"는 당신의 말처럼,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손에 쥔 소수의 가문은, 결국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나라 전체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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