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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7년 전쟁사 | 파죽지세의 일본군과 조선의 위대한 반격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15:55
조회
84

1592년 4월 13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1만 8천의 일본군 선봉대가 부산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그들은, 불과 20일 만에 수도 한양을 함락시키며 파죽지세로 북상했다. 왕(선조)은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쳤고, 나라는 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절망의 순간, 조선은 잠에서 깨어났다. 남쪽 바다에서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았던 불멸의 영웅 이순신이, 육지의 초야에서는 칼을 든 의병장 곽재우와 같은 이름 없는 백성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임진왜란 7년의 역사는,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처참한 패배의 기록인 동시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위대한 영웅들의 서사시다.





1. 전쟁 초기: 파죽지세의 일본군과 무너진 조선 (1592년)

  • 부산진, 동래성 함락: 일본군의 기습적인 상륙에, 부산진 첨사 정발과 동래부사 송상현은 결사적으로 항전했으나 중과부적으로 전사하고 성은 함락되었다.
  • 탄금대 전투의 참패: 조선 조정은 당대 최고의 명장이라 믿었던 신립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게 했다. 하지만 기병 중심의 조선군은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 보병 부대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신립은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
  • 선조의 몽진(蒙塵)과 한양 함락: 충주마저 뚫리자, 임금 선조는 백성들을 버리고 한밤중에 도성을 빠져나와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피난길에 오른다. 임금이 떠난 한양은 불과 20일 만에 일본군의 손에 넘어갔다.



2. 반격의 서막: 바다의 이순신과 땅의 의병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그때, 전쟁의 양상을 뒤바꾸는 두 개의 변수가 등장한다.

남쪽 바다의 제해권을 장악한 '이순신':


  • 옥포, 합포, 적진포 해전: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압도적인 정보력과 '판옥선'이라는 우수한 군함, 그리고 뛰어난 전략으로 출전하는 족족 일본 수군을 격파했다.
  • 한산도 대첩 (1592년 7월): 이순신은 '학익진(鶴翼陣)'이라는 전술로, 당대 최강이라 불리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일본 수군 주력 함대를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하여 거의 전멸시키는 대승리를 거둔다.
  • 전략적 의미: 이 승리로 조선은 남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는 일본의 핵심 전략이었던 **'수륙병진(水陸竝進, 수군과 육군이 함께 진격하며 보급하는 전략)'**을 좌절시키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바닷길 보급로가 끊긴 일본 육군은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하고, 점령지에서 굶주림과 조선 의병들의 게릴라전에 시달리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義兵)':


  • 관군이 무너지자,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백성들이 스스로 칼을 들고 일어났다. 붉은 옷을 입고 유격전을 펼친 곽재우를 시작으로, 고경명, 조헌, 정문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양반과 승려, 천민까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봉기했다.
  • 효과: 이들은 익숙한 지리를 이용하여 일본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후방을 교란하며 적에게 끊임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3. 명나라의 참전과 지루한 강화 협상 (1593~1596년)

  • 평양성 탈환: 조선의 요청으로 명나라 군대가 참전하면서, 조명 연합군은 평양성을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 벽제관 전투의 패배와 강화 협상: 하지만 조명 연합군은 벽제관에서 일본군에게 대패하고, 이후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진다. 명나라와 일본은 조선을 배제한 채, 3년이 넘는 지루한 강화 협상을 벌이지만 결국 결렬된다.



4. 정유재란과 최후의 결전 (1597~1598년)

  • 칠천량 해전의 참패와 이순신의 백의종군: 강화 협상이 결렬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다시 대규모 병력을 보내 조선을 재침공한다(정유재란). 이때,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 함대는 칠천량 해전에서 일본군의 기습을 받아 판옥선 대부분을 잃고 궤멸적인 패배를 당한다.
  • 명량해전의 기적 (1597년 9월):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에, 조정은 다시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단 12척의 배. 이순신은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유명한 장계를 올리고, 울돌목의 빠른 물살을 이용하여 133척이 넘는 일본 대함대를 격파하는, 세계 해전사에도 유례가 없는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다.
  • 노량해전과 전쟁의 끝 (1598년 11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병사하자, 일본군은 총퇴각을 시작한다. 이순신은 퇴각하는 일본군을 노량 앞바다에서 마지막까지 추격하여 격멸하던 중, 적의 흉탄에 맞아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장렬히 전사한다. 그의 마지막 전투를 끝으로, 7년간의 끔찍했던 전쟁은 마침내 막을 내린다.

임진왜란은 조선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 전쟁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무능한 지배층이 아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영웅과 이름 없는 백성들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인임을 증명한 위대한 항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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