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여인천하, 피바람이 불다 | 문정왕후와 을사사화, 사림의 수난 시대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15:25
조회
86
조광조의 개혁이 좌절된 후, 조선의 정치는 다시 훈구파 기득권 세력의 손아귀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제 권력의 축은 '반정 공신'에서, 왕의 외가 친척인 **'척신(戚臣)'**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중종의 뒤를 이은 인종이 즉위 8개월 만에 의문사하고, 그의 이복동생인 어린 명종이 왕위에 오르자, 마침내 조선은 한 명의 여인이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통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여인천하'의 시대를 맞이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야심만만한 여걸 문정왕후(文定王后). 그녀와 그녀의 남동생 윤원형이 일으킨 피의 숙청, '을사사화'는,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던 사림 세력을 뿌리 뽑고 조선을 깊은 암흑의 시대로 밀어 넣었다.



1. 권력 암투의 서막: 두 왕비, 두 외척 세력

배경: 중종에게는 두 명의 주요한 왕비와 아들이 있었다.
    • 장경왕후 윤씨 (대윤, 大尹): 첫 번째 계비. 아들 **인종(仁宗)**을 낳고 일찍 죽었다. 그녀의 오빠인 **윤임(尹任)**이 인종의 외삼촌으로서 '대윤(大尹)' 세력을 형성했다.
    • 문정왕후 윤씨 (소윤, 小尹): 두 번째 계비. 아들 **명종(明宗)**을 낳았다. 그녀의 남동생인 **윤원형(尹元衡)**과 윤원로가 '소윤(小尹)' 세력을 형성했다.
세자 책봉 갈등: 인종이 적장자로서 일찌감치 세자로 책봉되었지만, 문정왕후와 소윤 세력은 끊임없이 자신의 아들(명종)을 새로운 세자로 만들기 위해 암약했다. 인종의 외삼촌인 윤임(대윤)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두 외척 세력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2. 인종의 의문사와 '을사사화(乙巳士禍, 1545)'의 발발

  • 인종의 즉위와 의문사: 1544년, 마침내 인종이 왕위에 올랐다. 그는 병약했지만, 사림 세력을 등용하며 어진 정치를 펼치려 했다. 하지만 즉위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야사에서는 계모인 문정왕후에 의한 독살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 명종 즉위와 문정왕후의 수렴청정: 인종이 후사 없이 죽자, 그의 이복동생인 12세의 어린 명종이 왕위에 오르고,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시작하며 모든 권력을 손에 쥔다.
  • 피의 숙청, 을사사화: 권력을 잡은 문정왕후와 윤원형(소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파였던 윤임(대윤)과 그를 따르던 사림 세력에게 역모 누명을 씌워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한다. 윤임은 사사(賜死)되고, 수많은 사림 선비들이 죽거나 유배를 갔다. 이것이 바로 네 번째 사화인 '을사사화'다.



3. '정미사화(丁未士禍, 1547)'와 양재역 벽서 사건

  • 사화의 확대: 을사사화로도 만족하지 못한 소윤 세력은, 2년 뒤인 1547년, 양재역에 "여왕(문정왕후)이 위에서 정권을 잡고, 간신 이기 등이 아래서 권력을 농단하니, 나라가 망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내용의 익명의 벽서가 붙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빌미로 또 한 번의 옥사를 일으킨다.
  • 남은 뿌리까지 제거: 이 '양재역 벽서 사건'을 빌미로, 을사사화 때 살아남았던 사림의 남은 세력까지 모조리 역모로 몰아 제거해버렸다.



'여인천하'와 불교의 부흥

문정왕후가 20년간 권력을 잡았던 시기는, 척신들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던 암흑기였지만, 동시에 억압받았던 '불교'가 잠시 부흥했던 독특한 시기이기도 했다.
  • 보우(普雨)의 등용: 숭유억불(崇儒抑佛)을 국시로 삼았던 조선에서, 문정왕후는 승려 보우를 등용하여 '승과(僧科)' 제도를 부활시키고, 억불 정책으로 폐지되었던 불교의 양대 종파(교종, 선종)를 다시 세우는 등 파격적인 친(親)불교 정책을 펼쳤다.
  • 배경: 이는 문정왕후 개인의 깊은 불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권력에 끊임없이 반대하는 '성리학'의 유생(사림)들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깔려있었다.
 

문정왕후의 '여인천하'와 연이은 사화로 인해, 조광조 이후 간신히 재기를 꿈꾸던 사림 세력은 다시 한번 뿌리째 뽑히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끔찍한 탄압 속에서도, 그들은 지방의 서원(書院)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학문과 세력을 이어가며, 다음 시대를 기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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