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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야심가, 세조 | '계유정난', 피로 물든 조선의 왕좌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15:07
조회
88
성군 세종이 눈을 감자, 그가 애써 쌓아 올린 평화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총명함과 야심을 가장 많이 물려받았지만, 둘째 아들이라는 운명에 갇혀있던 수양대군(首陽大君). 그의 눈에, 병약한 형 문종과, 너무나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는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김종서와 황보인 등 아버지 세종의 유지를 받드는 고명대신들이 어린 왕을 등에 업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은, 그의 야심에 불을 지폈다. 1453년 10월 10일 밤, 수양대군은 한명회, 권람 등 자신의 책사들과 함께 칼을 빼어 든다. 조선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드라마틱한 쿠데타, **'계유정난(癸酉靖難)'**의 시작이었다.



'킹메이커' 한명회와 '야심가' 수양대군의 만남

  • 수양대군: 세종의 둘째 아들. 학문과 무예, 예술 모든 면에서 뛰어났으며, 아버지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한글 창제'와 '과학 기술 발전'에도 깊이 관여했던 유능한 왕자였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나라를 직접 이끌고 싶다는 뜨거운 야망이 들끓고 있었다.
  • 한명회: 여러 번 과거에 낙방하며 불우한 시절을 보내던 야심만만한 책사. 그는 수양대군에게서 '새로운 왕'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를 왕으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쿠데타 계획을 설계한다. 그는 수양대군에게 "지금 거사하지 않으면, 당신은 김종서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부추겼다.



피의 밤: 김종서의 철퇴, 그리고 살생부

  • 쿠데타의 시작: 1453년 10월 10일, 수양대군은 거짓으로 김종서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뒤, 철퇴로 그를 내리쳐 살해하며 거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호랑이'라 불리던 북방의 영웅 김종서가 너무나 허무하게 제거된 순간이었다.
  • '살생부(殺生簿)': 한명회는 미리 제거해야 할 반대파 신하들의 명단, 즉 '살생부'를 만들어 두었다. 수양대군은 김종서를 제거한 직후, "김종서가 역모를 꾀하여 내가 먼저 쳤다"는 거짓 명분으로 경복궁을 장악하고, 어린 단종을 협박하여 반대파를 소집하라는 명령을 받아낸다.
  • 궁궐의 학살: 궁궐로 불려 온 황보인, 정분 등 고명대신들은 그 자리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 피의 숙청을 통해, 단종을 지키려 했던 모든 세력은 단 하루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왕이 되기 위한 길': 조카 단종을 폐위하다

권력 장악: 쿠데타에 성공한 수양대군은 스스로 영의정에 올라 모든 권력을 손에 쥔다. 그는 자신을 도운 공신들을 '정난공신(靖難功臣)'으로 책봉하고, 허수아비가 된 단종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단종의 양위(讓位)와 세조 즉위 (1455년): 결국 버티지 못한 16세의 어린 왕 단종은, 숙부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수양대군은 마침내 조선의 7대 임금, **세조(世祖)**로 즉위한다.

'사육신'과 '생육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의 왕위 찬탈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 사육신(死六臣):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 집현전 학자 출신 신하들은 단종 복위 운동을 꾀하다 발각되어, 끔찍한 고문 끝에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세조를 '왕'이라 부르지 않고 '나으리'라 부르며 끝까지 절개를 지켰다.
    • 생육신(生六臣): 김시습, 원호, 남효온 등은 벼슬을 버리고 평생을 숨어 살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종의 비참한 최후: 세조는 결국 자신에게 끝까지 위협이 되었던 조카 단종마저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영월 청령포로 유배 보낸 뒤, 사약을 내려 죽이고 만다(1457년).

 

비록 그 과정은 피로 얼룩졌지만, 왕이 된 세조는 아버지 세종과 할아버지 태종을 모델 삼아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잡았다. 그는 경국대전의 편찬을 시작하고, 국방을 강화하며, 토지 제도를 개혁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살해자'라는 꼬리표는, 그의 모든 업적 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고 논쟁적인 군주로 영원히 기록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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