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국난 극복의 염원을 새기다 | 8만 개의 경판에 담긴 고려인의 힘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06:23
조회
80
거대한 몽골 제국의 말발굽 아래, 고려의 산하는 불타고 백성은 흩어졌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처절한 항쟁 속에서, 수도까지 강화도로 옮겨가며 버티던 고려인들. 그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그들이 칼과 창만큼이나 강력하게 의지했던 무기는 바로 '부처님의 힘'이었다. 나라 전체의 염원과 기술력을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쏟아부어 완성한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이것은 단순한 불경의 집대성이 아니다. 그것은 국난을 극복하고,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나무판 하나하나에 새겨 넣은 고려인들의 간절한 기도이자,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완벽한 보존 과학의 결정체이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보여주는 불멸의 기록이다.
가장 처절했던 전쟁의 시기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고려인들. 팔만대장경은 단순한 목판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과,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 기술,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이 하나로 합쳐진,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신적 DNA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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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이란 무엇인가?
- 대장경(大藏經, Tripitaka):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經),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인 율(律), 그리고 경과 율에 대한 후대 학자들의 논서인 **론(論)**을 모두 모아 집대성한 불교 경전의 총서를 말한다.
왜 다시 만들어야 했나?: 초조대장경의 소실
고려에는 이미 훌륭한 대장경이 있었다. 11세기, 거란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아내고자 만들었던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1232년 몽골의 2차 침입 때 대구 부인사(符仁寺)에 보관되어 있다가 몽골군에 의해 무참히 불타 없어지고 만다.- 재조(再雕)의 결심: 국가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대장경이 불타버리자, 당시 집권자였던 최우와 고려 조정은, 몽골이라는 거대한 국난을 다시 한번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극복하고자, 대장경을 다시 새기는(재조, 再雕) 거국적인 프로젝트를 결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조대장경', 즉 '팔만대장경'의 시작이다.
16년의 대장정: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프로젝트
- 기간: 1236년 ~ 1251년 (16년간)
- 규모: ① 경판 수: 81,258장 (그래서 '팔만'대장경이라 불린다) ② 글자 수: 약 5,200만 자 이상 ③ 특징: 놀랍게도, 이 8만 장이 넘는 경판의 글씨체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모두 일정하며, 오탈자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당시 대장경 도감의 체계적인 관리와 장인들의 지극한 정성이 어느 경지였는지를 보여준다.
- 제작 과정:① 나무 준비: 주로 경남 남해안의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등을 베어, 바닷물에 3년간 담가두었다가 소금물에 삶고 그늘에서 말리는 등, 나무가 휘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수년에 걸친 복잡한 사전 작업을 거쳤다.② 판각: 선별된 나무판 위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경전을 새겨 넣었다.③ 마감: 새겨진 경판의 부식을 막기 위해 옻칠을 하고, 네 귀퉁이를 구리판으로 감싸 마감했다.
천 년의 보존 과학: '해인사 장경판전'의 비밀
팔만대장경이 더욱 위대한 이유는, 7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장의 뒤틀림이나 훼손 없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 비밀은 바로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 **'해인사 장경판전'**의 천재적인 과학적 설계에 있다.- 자연 통풍 시스템: 장경판전은 남쪽과 북쪽 창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설계했다. 아래쪽의 남쪽 큰 창으로 들어온 시원한 공기가, 판가 사이를 순환하며 습기를 머금고 위로 올라가, 위쪽의 북쪽 작은 창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자연적인 공기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항습 기능: 건물 바닥 깊숙한 곳에 숯과 횟가루, 모래, 소금을 순서대로 깔아,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한 겨울에는 습기를 내뿜는 자연적인 항습 장치 역할을 하도록 했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해인사 장경판전'은 건물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안에 보관된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각각 등재되어 있다. 한 공간에 두 개의 세계유산이 함께 있는 경이로운 사례다.
가장 처절했던 전쟁의 시기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고려인들. 팔만대장경은 단순한 목판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과, 시대를 초월하는 과학 기술,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이 하나로 합쳐진,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신적 DNA 그 자체다.
#팔만대장경 #고려대장경 #해인사 #장경판전 #유네스코세계유산 #고려 #대몽항쟁 #고려문화 #기록유산 #보존과학 #역사 #한국사 #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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