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고려-거란 30년 전쟁 | 서희의 담판에서 귀주대첩까지, 고려의 위대한 항쟁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05:02
조회
81
태조 왕건이 "짐승과도 같다"며 경계했던 북방의 야만족 거란. 916년, 야율아보기가 흩어져 있던 부족들을 통합하여 세운 '요(遼)나라'는, 발해를 멸망시키고 중국의 송나라까지 위협하는 당대 동아시아 최강의 기마 군단이었다. 모두가 이 신흥 강자의 말발굽 아래 무릎 꿇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갓 건국된 작은 나라 고려는 달랐다. "우리는 고구려의 후예"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고려는, 무려 30년에 걸쳐 세 차례의 대침공을 막아내며 거란의 야욕을 꺾어버린다. 칼보다 강한 혀로 80만 대군을 물리친 서희의 외교 담판부터, 10만 대군을 전멸시킨 강감찬의 귀주대첩까지. 고려의 기상과 지혜가 가장 빛났던 위대한 항쟁의 역사를 돌아본다.



1차 침공 (993년): 서희, '혀'로 강동 6주를 얻다

전쟁의 명분: 거란의 장수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하며 윽박지른다. "너희는 신라 땅에서 일어났으면서, 왜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고 있는가? 땅을 내놓고 우리에게 항복하라!"

고려 조정의 분열: 갑작스러운 침공에 고려 조정은 혼란에 빠진다. 서경(평양) 이북의 땅을 떼어주고 항복하자는 '항복론'과, 끝까지 싸우자는 '항전론'이 팽팽히 맞선다.

서희의 담판 (외교의 기적):
이때, 문신이었던 **서희(徐熙)**는 홀로 적진으로 들어가 소손녕과 담판을 벌인다.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논리로 거란의 명분을 정면으로 격파한다.
    1. 논리 1 (국호): "우리의 국호는 '고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명백히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다. 어찌 고구려의 옛 땅이 너희의 것이라 말하는가? 오히려 너희의 동경(수도)도 우리 고구려 땅에 있는데, 어찌 우리가 침범했다고 말하는가?"
    2. 논리 2 (실리): "우리가 너희와 교류하고 싶어도, 길목을 여진족이 막고 있어 갈 수가 없다. 만약 우리에게 압록강 동쪽의 땅(강동 6주)을 준다면, 여진족을 몰아내고 너희와 교류하겠다."
결과: 서희의 당당한 논리와, 고려의 숨겨진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송나라와의 전쟁을 앞두고 고려를 안정시켜야 했던 거란의 속사정이 맞물려, 소손녕은 서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고려는 싸우지 않고 군대를 물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압록강 동쪽의 핵심 요충지인 '강동 6주'**를 영토로 얻는, 세계 외교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승리를 거둔다.



2차 침공 (1010년): 수도 개경의 함락과 양규의 분전

  • 전쟁의 원인: 고려에서 강조의 정변이 일어나 목종이 폐위되고 현종이 즉위하자, 거란은 "왕을 시해한 죄를 묻는다"는 명분으로 40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침공해 온다.
  • 수도 함락의 위기: 거란군은 파죽지세로 남하하여 고려의 수도 개경까지 함락시킨다. 현종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고, 고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 영웅 양규(楊規)의 등장: 모두가 절망하던 그때, 흥화진을 지키던 장수 양규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게릴라전을 펼친다. 그는 700명의 결사대로 6,000명의 적을 격파하고, 곽주성을 탈환했으며, 포로로 잡혀있던 고려 백성 3만 명을 구출해냈다. 보급로가 끊기고 양규의 유격대에 시달리던 거란군은, 결국 현종의 거짓 항복 약속을 받고 철수하기 시작한다. 양규는 이 철수하는 거란군을 끝까지 추격하여 7차례의 전투를 벌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마지막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다.



3차 침공 (1018년): 강감찬, '귀주대첩'으로 전쟁을 끝내다

  • 마지막 침공: 고려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거란은 소배압이 이끄는 10만 정예군을 동원하여 마지막 대침공을 감행한다.
  • 강감찬(姜邯贊)의 전략: 당시 70세가 넘은 노장 강감찬이 고려군 총사령관이 되어 이들을 맞선다. 그는 흥화진에서 쇠가죽으로 강물을 막았다가, 적이 강을 건널 때 터뜨려 큰 피해를 입히는 기지를 발휘한다.
  • 귀주대첩 (1019년): 개경 근처까지 남하했다가 퇴각하던 거란군의 주력 부대를, 강감찬은 '귀주' 들판에서 완전히 포위한다. 때마침 비바람까지 몰아치자, 고려군은 총공세를 펼쳐 거란군을 거의 전멸시킨다. 10만 대군 중 살아서 돌아간 자는 불과 수천 명에 불과했다.
  • 결과: 이 '귀주대첩'의 대승리로, 30년에 걸친 기나긴 전쟁은 마침내 고려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난다. 이후 거란은 다시는 고려를 침범하지 못했고, 고려는 동아시아의 강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100여 년간의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된다.
 

고려-거란 전쟁은, 단순히 영토를 지킨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구려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지키고, 우리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자주 의지'를 지켜낸 위대한 항쟁의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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