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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의 꿈 | '북진 정책'과 '훈요십조'에 담긴 고려의 정체성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04:54
조회
112
후삼국의 혼란을 잠재우고 새로운 통일 왕조를 연 태조 왕건. 그는 단순히 힘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한 정복 군주가 아니었다. 그는 고구려의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원대한 '북진(北進)'의 꿈을 꾸었고, 자신을 따르는 호족들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후대 왕들이 영원히 지켜야 할 나라의 기둥으로 '불교'와 '민생 안정'을 제시한 위대한 '설계자'였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열 가지 유훈, **'훈요십조(訓要十條)'**에는, 고려라는 나라가 앞으로 500년간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모든 철학과 비전이 담겨있다.



1. 고려(高麗), 그 이름에 담긴 약속: "우리가 고구려다"

왕건이 새로 세운 나라의 이름을 '고려'라고 지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고구려 계승의 천명: '고려'는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장수왕이 사용했던 공식 국호였다. 왕건은 이 이름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신라의 후예가 아닌,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위대한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임을 온 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 발해 유민 포용: 926년, 거란에 의해 발해가 멸망하자, 왕건은 수십만 명에 달하는 발해 유민들을 "나의 친척이자 동족"이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를 끌어안음으로써, 고려가 명실상부한 고구려의 유일한 적통(嫡統)임을 완성하는 행위였다.



2. '북진 정책'의 심장, 서경(西京): "옛 수도를 되찾으라"

왕건의 고구려 계승 의지는 '북진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 서경(西京, 평양) 중시: 왕건은 자신의 근거지인 개경(개성) 외에, 고구려의 옛 수도였던 평양을 '서경'이라 부르며 제2의 수도로 삼았다. 그는 "왕은 마땅히 1년에 100일 이상 서경에 머물러 나라의 안녕을 도모해야 한다" (훈요십조 제5조)고 말할 만큼, 서경을 북진 정책의 전진기지로 삼으려 했다.
  • 영토 확장: 실제로 왕건은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하여, 국경선을 신라 시대의 대동강에서 '청천강'까지 끌어올렸다.



3. '훈요십조', 후대 왕들에게 남긴 10가지 유언

왕건은 임종 직전, 후대 왕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10가지 유언을 남겼다. 이 '훈요십조'는 고려 500년의 국정 운영 철학이 되었다.
  • 핵심 사상:
① 불교 숭상: "나라의 대업은 반드시 부처님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제1조) - 불교를 국가의 정신적 지주로 삼을 것을 강조.

② 민생 안정 (조세 감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데에는 정해진 법도가 있으니, 세율을 가볍게 하여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라." (제7조) - 애민(愛民) 정신을 국가 통치의 근본으로 삼음.

③ 인재 등용: "신하들의 녹봉을 함부로 줄이지 말고, 간언(諫言)을 귀담아 들어라." (제8조) - 공정한 인사와 열린 소통을 강조.

④ 북진 정책 계승: "서경에 반드시 행차하여 나라의 기틀을 다져라." (제5조) - 고구려 계승과 북진의 꿈을 잊지 말 것을 당부.
  • 논란의 조항:
    1. "거란은 짐승과도 같은 나라이니, 그들의 풍속과 말을 본받지 말라." (제4조) -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에 대한 강력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북방 민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경고.
    2. "차현(車峴) 이남, 공주강(公州江) 밖의 사람은 등용하지 말라." (제8조) - 후백제 지역 출신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으로, 오늘날까지 지역감정의 뿌리로 해석되며 큰 논쟁을 낳고 있는 조항이다.
 

태조 왕건은 단순한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고구려의 기상을 품고, 신라의 문화를 끌어안았으며, 백성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도자였다. 그가 설계한 '고려'라는 나라는, 비록 그의 꿈이었던 고토 회복을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500년 가까이 끈질기게 버티며 우리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우는 위대한 왕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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