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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릉비의 찢겨진 진실 | '신묘년 기사'는 어떻게 일본의 침략 증거로 둔갑했나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03:12
조회
111
높이 6.39미터, 무게 37톤. 만주 벌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윗돌. 여기에는 광개토대왕의 위대한 정복 신화가 1,802자의 웅장한 필체로 새겨져 있다. 바로 '광개토대왕릉비'다. 하지만 이 위대한 역사의 증인는, 발견된 순간부터 제국주의 일본의 손에 의해 그 진실이 찢겨나가는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비문의 한 구절인 **'신묘년 기사(辛卯年條)'**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임나일본부설)'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증거로 둔갑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논쟁의 핵심: '신묘년 기사'의 문제적 구절

논란이 되는 구절은 비문 1면 9행과 10행에 걸쳐 나오는 다음 부분이다.
"百殘(백잔) 新羅(신라) 舊是屬民(구시속민) 由來朝貢(유래조공) 而倭以辛卯年來(이왜이신묘년래) 渡海(도해) 破百殘(파백잔) □□新羅(□□신라) 以爲臣民(이위신민)"

이 문장은 오랜 세월의 풍화로 일부 글자가 지워져(□) 있어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의 해석: '침략'과 '지배'의 증거

1883년, 일본 육군 참모본부 소속 스파이가 이 비문을 처음 발견(을 위장하여 접근)한 이후, 일본 학자들은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여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 일본의 해석: "백제와 신라는 예로부터 (고구려의) 속민으로 조공을 바쳐왔다. 그런데 왜(倭)가 신묘년(391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제를 격파하고 또한 신라를 [공격하여] 신민(臣民, 신하와 백성)으로 삼았다."
  • 숨겨진 의도: 이 해석에 따르면, 일본(왜)은 이미 4세기에 한반도 남부(신라)를 신민으로 삼을 만큼 강력한 국가였으며, 따라서 근대에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은 '역사의 반복'일 뿐이라는 **'임나일본부설'**의 핵심 근거가 된다. 그들은 지워진 글자(□□)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공격했다(攻破)'와 같은 단어로 채워 넣었다.



민족사학계의 반박: '주어'를 바꾸면 진실이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은 일본의 해석이 문장의 주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아전인수'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 민족사학계의 재해석 (주어 = 고구려): "백제와 신라는 예로부터 고구려의 속민으로 조공을 바쳐왔다.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신라의 국경에) 쳐들어오자,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가 [구원하여], 백제와 [왜寇(왜구)를 격파하고] 신라를 (구원하여) 신민으로 삼았다."
  • 논리적 근거:
    1. 문장의 주어: 비문 전체의 주인공이자 주어는 명백히 '광개토대왕(고구려)'이다. 갑자기 '왜(倭)'가 문장의 주어가 되어 백제와 신라를 격파하고 신민으로 삼았다는 것은 전체 문맥의 흐름상 매우 부자연스럽다.
    2. '渡海(도해)'의 주체: 바다를 건넌 주체 역시 왜가 아니라, 왜구를 격퇴하기 위해 출병한 '고구려 수군'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以爲臣民(이위신민)'의 목적어: 신라를 '신민으로 삼은' 주체는, 왜의 침략으로부터 신라를 구원해주고 자신들의 보호국으로 편입시킨 '고구려'이다.



'석회 조작설'이라는 음모론

더 나아가, 일부 연구자들은 일본 육군 참모본부가 비문을 처음 발견했을 때, 자신들의 해석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비석 표면에 **석회를 발라 일부 글자를 지우거나 변조했다는 '석회 조작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 근거: 비문拓本(탁본)을 뜨기 쉽게 한다는 명분으로 비석 표면에 석회를 바른 것은 사실이며, 이 과정에서 '渡海破'와 같은 핵심적인 글자들이 일본의 해석에 유리한 형태로 변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아직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비문 발견의 주체가 '군인'이었다는 점과, 이후 이 비문이 군국주의 침략 논리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볼 때,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결론적으로, '신묘년 기사'는 일본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침략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위대한 역사 기록을 얼마나 악의적이고 교묘하게 왜곡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찢겨진 진실의 조각들을 다시 꿰어 맞추고, 광개토대왕의 진짜 목소리를 되찾는 것은, 식민사관의 망령을 청산하고 우리의 역사 주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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