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고분벽화, 1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고구려의 삶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02:51
조회
108
전쟁과 정복의 역사. 우리가 아는 고구려는 대부분 차가운 금속의 이미지다. 하지만 무덤 속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고분벽화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모습의 고구려를 보여준다. 춤을 추고, 사냥을 하고, 씨름을 하며, 별을 보고, 신을 믿었던 사람들. 15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벽화는 우리에게 당시 고구려인들의 뜨거운 삶의 모습과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것은 죽은 자를 위한 그림이 아니라, 고구려의 영혼이 담긴 살아있는 '생활사 박물관'이다.



1. 벽화의 무대: 고구려인의 '일상'

초기 고분벽화의 주인공은 무덤의 주인, 즉 당시 고구려 귀족들의 '일상생활'이었다. 그들은 죽어서도 이승에서의 풍요로운 삶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 안악 3호분 (冬壽墓):
    1. '주방도'와 '육고(肉庫)': 끓어 넘치는 솥과, 갈고리에 걸린 멧돼지와 노루 고기들. 이는 고구려 귀족들의 풍족했던 식생활을 보여준다.
    2. '행렬도': 25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무덤의 주인을 호위하며 행진하는 장대한 그림은, 당시 귀족 사회의 위계와 권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 무용총 (舞踊塚):
    1. '무용도': 여러 명의 무용수가 긴 소매 옷을 입고 팔을 뻗어 춤을 추는 모습은, 고구려인들이 '음주가무'를 즐겼던 역동적이고 흥겨운 민족이었음을 보여준다.
    2. '수렵도': 말을 탄 무사들이 맹렬하게 활을 당겨 호랑이와 사슴을 사냥하는 '수렵도'는, 고구려인의 용맹한 기상과 상무 정신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2. 벽화의 주제 변화: '일상'에서 '영원'으로

고구려 후기로 갈수록, 벽화의 주제는 점차 이승의 삶에서 '사후 세계'와 '종교', '천문'으로 변화한다. 이는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인들의 정신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추상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 사신도 (四神圖):
    1. 무덤의 네 벽면에 각각 동쪽의 청룡(靑龍), 서쪽의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북쪽의 **현무(玄武)**를 그려, 무덤의 주인을 사후 세계에서도 지켜달라는 염원을 담았다. 강서대묘의 사신도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과 기운으로 고구려 회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 별자리 그림 (天文圖):
    1. 고분 천장에는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수많은 별자리와 함께, 해와 달의 신(일신, 월신)이 그려져 있다. 이는 고구려가 매우 높은 수준의 천문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천손의식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연꽃과 신선 (종교관):
    1. 활짝 핀 연꽃무늬는 불교의 영향을, 신선이나 상서로운 동물 그림은 도교의 영향을 보여준다. 고구려인들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도교의 '불로장생' 사상을 받아들여, 죽음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딱딱한 역사 기록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의 삶의 숨결. 고분벽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고구려는 단지 전쟁만 하던 나라가 아니라, 춤과 음악을 사랑하고, 자연을 숭배하며, 별을 보고 영원을 꿈꿨던, 풍요로운 문화를 가진 위대한 나라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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