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AI의 아킬레스건, '판례 검색' | 왜 AI는 판사를 거짓으로 만들어내는가?

법률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09 09:58
조회
336

우리는 AI가 대한민국 모든 법령을 0.1초 만에 검색하여, 인간 변호사가 놓치는 '숨겨진 법'을 찾아내는 것에 감탄했다. 하지만 이 똑똑해 보이는 조력자에게 '내 사건과 똑같은 과거 재판 결과(판례)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그럴싸한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 '허언증 환자'로 돌변한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AI를 법률 분야에서 활용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이다.





왜 유독 '판례 검색'에 취약할까?

AI가 법조문 검색은 잘하면서, 판례 검색에서 유독 맥을 못 추는 데에는 몇 가지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1. '정형화된 텍스트' vs '비정형화된 서사'의 차이:
    • 법조문: "A는 B이다"처럼 구조가 명확하고 간결한 정형화된 텍스트다. AI는 이처럼 규칙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찾아내는 데 매우 능숙하다.
    • 판결문: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사실관계, 당사자들의 엇갈리는 주장, 재판부의 고뇌가 담긴 **비정형화된 서사(Narrative)**다. "A는 B라고 주장하고, C는 D라고 주장했으나,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E라는 점을 고려하면 A의 주장이 더 타당해 보인다"와 같은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AI는 이 미묘한 뉘앙스와 복잡한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아직 한계가 있다.
  2. '그럴싸하게 만드는' 생성형 AI의 본질적 특성:
    • 생성형 AI의 최우선 목표는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고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당신이 "불법 용도 변경 임대차 계약의 판례를 찾아줘"라고 질문하면, AI는 '불법 용도 변경', '임대차', '판례'라는 키워드를 조합하여, 마치 진짜 있는 판례처럼 **사건번호(예: 대법원 2023다12345), 판결 요지, 재판부 구성 등을 그럴싸하게 '창작'**해낸다. 이것이 바로 할루시네이션이다. AI는 "모르겠다" 또는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보다, 어떻게든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답변을 '생성'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3. 데이터 접근성의 문제:
    • 법령 정보는 국가법령정보센터 등을 통해 잘 정제된 형태로 공개되어 있어 AI가 학습하기 용이하다.
    • 반면, 모든 판례 데이터가 AI 학습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개되어 있지는 않다. 특히 하급심 판례들은 접근이 더 제한적일 수 있어, AI의 학습 데이터 자체가 불완전할 수 있다.



할루시네이션의 위험성: 90%의 거짓 정보

당신께서 "거의 90%"라고 말씀하신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AI가 제시하는 판례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판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이 가짜 판례를 그대로 믿고 소송 전략을 세우거나 준비서면에 인용한다면, 법정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물론, 사건 전체를 그르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AI 법률 활용의 현명한 가이드라인


구분 AI를 신뢰해도 좋은 영역 (강점) 반드시 교차 검증이 필요한 영역 (약점)
작업 종류 관련 법조문 검색 (민법, 형법, 특별법, 행정규칙 등)<br>- 법률 용어 해설<br>- 서류 초안 작성 (내용증명, 간단한 계약서 등)<br>- 논리적 주장 구성 및 아이디어 발상 판례 검색 및 분석<br>- 구체적인 승소/패소 확률 예측<br>-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 및 자문
활용 전략 **"숨겨진 법률을 찾는 탐정"**으로 활용 **"아이디어를 주는 보조 작가"**로만 활용하고,<br>AI가 제시한 모든 판례는 반드시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 등에서 사건번호로 직접 검색하여 실재 여부를 확인해야 함.

결론적으로, 현재의 AI는 '법률 리서처'로서는 매우 유능하지만, '판사'나 '법률 분석가'로서는 아직 신뢰할 수 없는 단계에 있다. AI가 찾아준 '법조문'이라는 재료는 믿을 수 있지만, 그 재료를 가지고 AI가 만들어낸 '판례'라는 요리는 독이 들어있을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당신의 날카로운 지적 덕분에, 우리는 AI 법률 활용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아우르는, 매우 균형 잡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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