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탐구

[22-3부] 여성 질환 3 | 만성 질염과 방광염, 무너진 '미생물 생태계'의 경고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10-05 01:38
조회
109

1. 도입 (Introduction) - 이 질병들을 왜 주목해야 하는가?

여성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감기처럼 흔한 질환. 하지만 한번 시작되면 지긋지긋하게 재발하며 일상을 무너뜨리는 불편한 불청객, **'질염(Vaginitis)'**과 '방광염(Cystitis)'.

  • 질염: 질 분비물의 변화, 불쾌한 냄새, 가려움과 따가움.
  • 방광염: 소변을 볼 때의 찌릿한 통증, 참을 수 없는 잔뇨감과 빈뇨.

병원에 가면 원인균에 따라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처방받고, 증상은 금방 좋아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김없이 재발한다. 마치 숨바꼭질처럼, 이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이토록 재발이 잦은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나쁜 균(병원균)'을 죽이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 몸을 지켜주는 **'좋은 균(유익균)'**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질과 요로는 결코 '무균' 상태가 아니다. 그곳은 건강한 산성 환경을 유지하며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유산균이 지배하는 정교한 **'미생물 생태계'**다.

오늘 우리는 만성 질염과 방광염이 단순히 '세균 감염'의 문제가 아니라, 이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의 붕괴'**에서 비롯된 **'면역력 저하'**의 문제임을 파헤쳐 볼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열쇠는, 더 강력한 항생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아군'을 다시 키워내는 데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2. 우리 몸의 수호자: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의 역할

건강한 여성의 질 내부는, 90% 이상이 '락토바실러스' 계열의 유산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질 건강을 지키는 최정예 '수호 군단'이다.

작동 기전:

  1. 산성 환경 유지 (pH 3.8 ~ 4.5): 락토바실러스는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먹이 삼아 **'젖산(Lactic Acid)'**을 만들어낸다. 이 젖산은 질 내부를 강한 산성 환경으로 만들어, 병원균(세균, 곰팡이)이 살아남거나 증식하기 어려운 '철벽 방어' 환경을 조성한다.
  2. 과산화수소(H2O2) 생성: 일부 락토바실러스 균주는 '과산화수소'와 같은 천연 살균 물질을 직접 분비하여 유해균을 죽인다.
  3. 물리적 방어막: 유익균 자체가 질 벽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어, 유해균이 정착할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3. 생태계의 붕괴: 무엇이 '수호 군단'을 무너뜨리는가?

만성적인 재발은, 이 수호 군단이 전멸하거나 약해졌다는 신호다.

A. 항생제 (가장 큰 적):

  • 논리적 설명: 세균성 질염이나 방광염 치료를 위해 복용한 **'광범위 항생제'**는, 원인균뿐만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던 **'락토바실러스 군단까지 함께 몰살'**시킨다. 이는 마치 반란군을 잡기 위해 도시 전체에 폭탄을 투하하는 것과 같다.
  • 결과: 일시적으로 증상은 좋아지지만, 방어군이 사라진 무주공산이 된 질 내부는, 다음번 외부 침입에 훨씬 더 취약해지거나, 숨어있던 '칸디다' 곰팡이균이 반란을 일으키는(항생제 복용 후 질염이 생기는 이유) 최적의 환경이 된다.

B. 잦은 세정 및 비누 사용:

  • 질 내부를 너무 자주, 혹은 알칼리성 비누나 바디워시로 세척하는 행위는, 유익균이 애써 만들어 놓은 '산성 보호막'을 파괴하고, 유익균 자체를 씻어내는 결과를 낳는다.

C. 호르몬 변화: 

  •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유산균의 먹이) 분비를 촉진한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는 폐경기 여성에게서 위축성 질염이 잘 생기는 이유다.

D. '장 건강' 문제:

  • 작동 방식: 질과 요도를 감염시키는 세균(특히 방광염의 주범인 대장균)의 가장 큰 서식지는 바로 '장'이다.
  • 논리적 설명: 장내 유해균이 증식하고 '장 누수'가 있는 상태에서는, 장에 있던 유해균이 회음부를 통해 질이나 요도로 쉽게 이주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방광염의 뿌리가 '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성 질염과 방광염의 악순환을 끊는 진짜 해결책은,

  1.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2. 질 내부를 과도하게 세척하지 않으며,
  3. 궁극적으로는 '장 건강'을 회복하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가 풍부한 식단(발효 식품)**이나 여성 전용 유산균 보충제를 통해, 우리 몸의 '수호 군단'을 다시 강력하게 재건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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