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3-3부] ‘걷기만 열심히’가 당신의 근육을 사라지게 한다
"숨이 차게 걸어야 운동이지!"
"무거운 거 들면 다치기만 해. 매일 1시간씩 걷는 게 최고야."
자식들이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자, 많은 어르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건강 수칙이다. 실제로 걷기(유산소 운동)는 심폐지구력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며, 기분 전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지닌 훌륭한 운동이다. 현대 의학 역시 걷기의 수많은 이점을 지지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운동 목적이 **'근감소증 예방과 극복'**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걷기만 열심히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아니, 오히려 근육 손실을 가속화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3-2부에서 '단백동화 저항성'이라는 귀먹은 근육의 문을 열기 위해,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떨까? 모든 운동이 근육의 문을 똑같이 두드릴 수 있을까?
오늘은 왜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근육을 지킬 수 없는지, 그 명확한 생리학적 기전을 파헤치고, 노년기에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근육을 깨우는 진짜 운동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1. 두 개의 엔진: 유산소와 무산소 에너지 시스템
우리 몸의 근육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에너지 시스템, 즉 두 개의 엔진을 가지고 있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엔진이 다르다.
- 유산소 엔진 (지구력 엔진): 걷기, 조깅, 수영처럼 오랫동안 지속되는 저강도 운동 시 사용된다. 이 엔진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산소'와 함께 천천히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주로 **'지근(Type I, Slow-twitch muscle)'**을 사용하며, 근육의 크기보다는 에너지 효율성과 지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 무산소 엔진 (순발력 엔진): 무거운 것을 들거나, 계단을 빠르게 오르는 것처럼 짧고 폭발적인 힘을 낼 때 사용된다. 이 엔진은 '산소' 없이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빠르게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든다. 주로 **'속근(Type II, Fast-twitch muscle)'**을 사용하며, 근육의 '크기'와 '힘'을 키우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2. '속근'이 먼저 사라진다: 근감소증의 작동 기전
근감소증의 비극은 이 두 종류의 근육 섬유 중, 힘과 크기를 담당하는 '속근'이 '지근'보다 훨씬 더 빠르고 선택적으로 위축된다는 데 있다. 나이가 들면서 폭발적인 힘을 내는 능력이 지구력보다 먼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넘어지려 할 때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거나, 버스 손잡이를 놓치고, 병뚜껑을 따지 못하는 것은 모두 '속근'의 급격한 약화 때문이다.
- 논리적 설명: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주로 '지근'만 반복적으로 자극한다. 이미 잠들어 있는 '속근'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철저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버린다(Use it or Lose it)'는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따라서 걷기만 열심히 하는 것은, 정작 불이 난 곳(속근)은 내버려 둔 채 엉뚱한 곳(지근)에만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심지어 장시간의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 소모를 위해 근육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이화 작용'을 촉진할 수 있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태라면 오히려 근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
3. 잠자는 속근을 깨우는 유일한 열쇠: '저항 운동(근력 운동)'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자는 '속근'을 깨울 수 있을까? 정답은 하나뿐이다. 근육이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과부하(Overload)', 즉 버겁다고 느낄 정도의 저항을 주는 것이다.
- 작동 기전: 무거운 무게를 들거나,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스쿼트를 할 때, 근섬유에는 미세한 손상이 발생한다. 우리 몸은 이 손상을 '위기 신호'로 인식하고, 회복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강하고 굵은 근섬유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근비대(Muscle Hypertrophy)'**의 원리다. 이 과정에서 mTOR 신호가 강력하게 활성화(3-2부 내용 연결)되며, 우리가 섭취한 단백질(아미노산)을 재료로 새로운 근육 단백질을 합성한다.
- 논리적 설명: 유산소 운동이 엔진을 '오래' 쓰도록 훈련하는 것이라면, 저항 운동은 엔진 자체의 '배기량'을 키우는 행위다. 엔진의 배기량이 커져야만(근육의 크기가 커져야만), 우리는 더 많은 혈당을 저장하는 '댐'을 만들고, 더 많은 마이오카인을 분비하는 '호르몬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4. 노년기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저항 운동
"헬스장은 젊은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자세'로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 최고의 운동 (Best Exercises): 거창한 기구가 필요 없다. ①스쿼트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부터 시작), ②런지, ③계단 오르기, ④벽에 대고 팔굽혀펴기, ⑤가벼운 아령 들기 등 자신의 체중과 중력을 이용하는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속근을 자극할 수 있다.
- 핵심 원칙 (Key Principles):
- 점진적 과부하: 8~12회 반복했을 때 '약간 힘들다'고 느껴지는 강도로 시작하여, 점차 횟수나 무게를 늘린다.
- 충분한 휴식: 근육이 회복하고 성장할 시간을 줘야 한다. 매일 하기보다 주 2~3회, 특정 부위 운동 후에는 48시간의 휴식을 갖는 것이 좋다.
- 유산소와의 병행: 유산소 운동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심폐 건강을 위해 걷기는 꾸준히 하되, 반드시 '저항 운동을 메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근육이라는 집을 지을 재료(단백질)와 건설 신호(저항 운동)를 모두 알게 되었다. 뼈, 관절, 그리고 근육.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다루었던 이 세 가지 요소는 사실 서로의 운명을 쥐고 있는 공동 운명체다.
다음, [4부]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서로를 파멸로 이끄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통합적 솔루션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
#저항운동 #근력운동 #근감소증운동 #속근 #지근 #유산소운동의함정 #노년운동법 #스쿼트 #근비대 #UseitorLoseit #근골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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