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질환 5부] 궤양성 대장염 | '대장'에서만 벌어지는 피의 전쟁
잦은 설사와 함께, 변기에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온다.
배는 아프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시원하지 않고 또 가고 싶은 '뒤무직(후중감)'이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힌다.
이것이 바로, 이름도 생소한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의 대표적인 신호다.
이 병은 우리가 이전에 다뤘던 '크론병'과 마찬가지로, 면역계가 자신의 장(腸)을 공격하는 '염증성 장질환(IBD)'이자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하지만 크론병이 소화관 전체를 깊게 파고드는 '송곳' 같은 공격이라면, 궤양성 대장염은 오직 **'대장(大腸)의 점막'**만을, 마치 '사포'로 긁어낸 것처럼 얕고 넓게 공격한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완치 없이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대장암의 위험까지 높이는 이 지독한 질병. 그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염증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1단계 (공감): 끝나지 않는 출혈과 복통의 고통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은, 염증이 대장의 어느 부위를 침범했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요 증상:
① 혈변(Hematochezia)과 점액변: 가장 특징적이고 흔한 증상이다. 붉은 피나 끈적한 점액이 섞인 묽은 변을 본다.
② 잦은 설사와 복통: 하루에도 수회에서 수십 회에 이르는 설사를 하며, 아랫배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③ 뒤무직 (후중감, Tenesmus): 변을 다 본 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듯한 찝찝한 느낌 때문에 계속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④ 전신 증상: 크론병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발열, 피로감,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 점막이 충혈되고, 헐어 있으며, 혈관이 잘 보이지 않고 쉽게 출혈하는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최종 진단한다.
2단계 (폭로): '대장 점막'에 대한 면역계의 아군 사살
궤양성 대장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불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은, 이 비극이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장내 세균 불균형)', 그리고 '면역계의 오작동'**이라는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장벽 붕괴'와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모든 비극의 시작은, 역시 **'장벽'**이 무너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
- 건강한 대장 점막은, 우리 몸에 유익한 **'단쇄지방산(SCFA)'**을 만들어내는 유익균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외부 침입자로부터 장벽을 보호한다.
-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항생제 남용, 나쁜 식습관, 스트레스 등) 이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증식하면(Dysbiosis), 유해균이 뿜어내는 독소는 대장 점막 세포(벽돌) 사이의 시멘트(밀착 연접)를 파괴하여 **'장 누수'**를 유발한다.
'오인 사격'의 시작: 무너진 장벽을 통해 침투한 유해균이나 독소에 대해, 대장 점막 아래에 있던 면역계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서 면역계가 **'정상적인 대장 점막 세포'**마저 '적'으로 오인하여,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라!"는 끔찍한 '아군 사살'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3단계 (증명): 대장암의 위험성과 '장-피부-관절 축'
- 대장암 발병 위험 증가: 궤양성 대장염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은 **'대장암'**이다. 염증이 10년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대장 점막 세포의 DNA가 손상되어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진다. 이 때문에,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장 외(外) 합병증: 장의 만성적인 염증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 관절(강직성 척추염 등), 피부(결절성 홍반 등), 눈(포도막염) 등 전혀 다른 곳에 또 다른 염증을 일으킨다. 이는 이 병이 단순히 '대장'만의 문제가 아닌, **'전신성 면역 질환'**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4단계 (제안): 염증의 불길을 끄고, '장'을 쉬게 하라
병원에서는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항염증제(5-ASA),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와 함께, 염증의 '뿌리'를 다스리는 생활 습관의 개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① '제거 식단'과 '식사 일지': 크론병과 마찬가지로, 가공식품, 설탕, 글루텐, 유제품 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들을 철저히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또한, **'식사 일지'**를 꼼꼼히 작성하여,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지, 나만의 '유발 음식'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② '장벽 복구'와 '염증 완화'를 위한 영양소: 단쇄지방산(SCFA): 유익균의 먹이인 **'수용성 식이섬유'(차전자피 등)**를 섭취하여, 대장 세포의 주 에너지원이자 항염증 물질인 '부티르산' 생성을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 증상이 심할 때는 섬유질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관해기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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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프로바이오틱스'의 신중한 사용: 장내 세균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특정 균주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당신의 대장이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며 흘리는 '피눈물'이다. 그 눈물을 닦아주고, 지쳐있는 장에게 '휴식'과 '올바른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만이,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을 멈추게 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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