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질환 4부] 만성 변비, '물'과 '채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
"변비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드세요."
이것은 변비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이 의사나 약사로부터 듣는, 거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정답'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정답'을 열심히 실천하는데도, 지긋지긋한 변비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아랫배에 가스만 더 차고 속만 더부룩해지는 끔찍한 경험을 한 사람이 적지 않다.
왜일까? 그것은 당신의 변비가, 단순히 수분이나 섬유질이 부족한 '단순형 변비'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 기능의학은, 만성 변비의 배후에 **'느려터진 장', '고장 난 배출구', 그리고 '소장의 반란'**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숨겨진 원인'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변비'의 정의: 단순히 '못 싸는' 것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변비는, 다음 중 2가지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변비'로 진단한다.
①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
② 배변 시 4번 중 1번 이상 과도하게 힘을 주어야 함
③ 딱딱하고 덩어리진 변을 보는 경우
④ 잔변감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
⑤ 항문 폐쇄감 (항문이 막힌 듯한 느낌)
숨겨진 원인 1: '서행성 변비' - 게으르고 느려터진 장(腸)
정체: 대장의 '연동 운동' 기능 자체가 저하되어, 변이 장 속에 너무 오랫동안 머무르는 유형. 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느리다.
원인:
①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장의 운동 속도 역시 현저히 느려진다. (우리가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다뤘던 문제)
② 자율신경계 불균형: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장운동을 촉진하는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를 끄고, 장운동을 억제하는 '교감신경(전투 모드)'의 스위치만 켜놓는다.
③ 특정 약물 복용: 일부 항우울제, 철분제, 칼슘 채널 차단제(혈압약) 등은 장운동을 느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숨겨진 원인 2: '골반저 기능 장애' - 고장 난 배출구
정체: 변이 직장까지는 정상적으로 도달했지만, 정작 마지막 '배출구(항문)'의 근육들이 제대로 협력하지 못해 변을 내보내지 못하는 유형.
원인:
① 출산과 노화: 여성의 경우, 출산 과정에서 골반 바닥을 지지하는 '골반저근'이 손상되거나, 노화로 인해 이 근육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② 잘못된 배변 습관: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너무 오래, 그리고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은, 골반저근의 정상적인 반사 기능을 망가뜨린다.
특징: 변의는 느껴지지만, 막상 화장실에 가면 항문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들고, 손가락을 이용해야만 배변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숨겨진 원인 3: '메탄 우세형 SIBO' - 소장의 반란
- 정체: 우리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편에서 다루었던, '소장 내 세균 과다 증식(SIBO)' 중에서도, '메탄(Methane)' 가스를 주로 생성하는 고세균(Archaea)이 과다 증식한 유형.
- 원인: 이 '메탄' 가스는, 장의 연동 운동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신경 독소' 역할을 한다.
- '식이섬유'의 역설: 바로 이 'SIBO'가 원인인 변비 환자의 경우, "변비에 좋다"고 알려진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소장의 세균들에게 '먹이'만 더 공급해주는 꼴이 된다. 그 결과, 더 많은 메탄 가스가 생성되어 장은 더욱더 마비되고, 변비와 함께 끔찍한 복부 팽만감과 가스가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채소를 먹었더니, 속만 더부룩하고 변비는 더 심해졌다"면, 당신은 이 유형을 강력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나의 변비' 원인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
- 만약 '서행성 변비'가 의심된다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보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명상이나 심호흡, 그리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마그네슘(특히 구연산 마그네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 만약 '골반저 기능 장애'가 의심된다면:
잘못된 배변 습관을 고치고, **'케겔 운동'**과 같은 골반저근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밑에 낮은 발판을 두어, 쭈그려 앉는 자세와 유사하게 만들어주면 배변에 도움이 된다. - 만약 'SIBO'가 의심된다면:
단순히 섬유질 섭취를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 기간 **'저포드맵(Low-FODMAP) 식단'**을 통해 세균의 먹이를 차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천연 항균 허브(베르베린, 오레가노 오일 등)'**로 소장의 세균을 제거하는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변비는 결코 단순한 질환이 아니다. 당신의 장이 보내는 복잡하고 절박한 '구조 신호'다. 무작정 변비약부터 찾기 전에, 나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탐색하는 지혜로운 노력이, 이 지긋지긋한 막힘의 고통에서 당신을 해방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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