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역사

벽란도, '코리아'의 이름이 시작된 곳 | 세계를 품었던 고려의 국제 무역항

역사
작성자
biolove2
작성일
2025-09-12 11:18
조회
86
고려의 수도 개경의 관문, 예성강 하구에 위치했던 국제 무역항 '벽란도(碧瀾渡)'.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싣고 내리는 항구가 아니었다. 중국 송나라의 상인들은 물론, 멀리 아라비아에서 온 이슬람 상인들까지 드나들며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어우러졌던, 11~12세기 동아시아 최고의 '국제 허브'였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 '코리아(Korea)'로 알려지게 된 그 이름의 뿌리가 시작된 곳. 쇄국으로 문을 닫았던 조선과는 달리, 활짝 열린 바다를 통해 세계와 교류했던 고려의 개방적인 면모와 국제적인 위상을, 벽란도의 활기 넘쳤던 풍경 속에서 만나본다.



'코리아(Korea)'의 어원

  • '고려'라는 이름: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고구려 계승을 천명하며 나라 이름을 '고려'라 지었다.
  • 아라비아 상인들의 발음: 11세기경부터 벽란도를 통해 고려와 활발히 교역했던 아라비아(대식국, 大食國) 상인들은, '고려'를 자신들의 언어 방식으로 발음했다. 이것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꼬레(Corée)', '코레아(Corea)', 그리고 오늘날의 '코리아(Korea)'**가 된 것이다. 만약 이때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조선(Joseon)'이나 '신라(Silla)'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벽란도는 무엇을 팔고 샀나?

벽란도는 고려의 최신 상품이 세계로 나가고, 세계의 희귀한 물품들이 고려로 들어오는 '쇼핑의 천국'이었다.
  • 고려의 주요 수출품 (Made in Goryeo):
① 인삼: 고려 인삼은 예로부터 신비의 명약으로 알려져, 중국 상인들이 가장 탐내던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② 나전칠기: 자개를 정교하게 박아 만든 고려의 나전칠기는 그 화려함과 섬세함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③ 종이와 먹: 고려의 종이(고려지, 高麗紙)는 질기고 표면이 매끄러워, 중국에서도 서예용 최고급 종이로 대접받았다.

④ 금, 은, 구리 등 금속 제품
  • 고려의 주요 수입품 (Imported Goods):
① 중국 송나라: 비단, 자기, 서적, 약재 등 선진 문물을 수입했다.

② 아라비아 (대식국): 수은, 향료, 산호, 상아 등 서역의 희귀한 물품들을 수입했다.



고려 사회에 불어온 국제화 바람

활발한 국제 교역은 고려 사회 전체에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 외국인들의 거주: 수도 개경에는 송나라 상인들을 위한 숙소인 '송상(宋商) 객관'이 있었고, 많은 아라비아 상인들이 고려에 정착하여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적인 문화: 아라비아 상인들을 통해 전해진 이슬람 문화의 흔적들이 고려의 음악이나 미술 등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처용가'의 주인공 처용이 아라비아 상인이었다는 설도 이러한 국제적 교류를 배경으로 한다.
  • 고려도경의 기록: 12세기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배는 견고하고, 상인들의 왕래가 잦다", "귀족들은 외국의 진귀한 물품을 매우 선호한다"고 기록하며, 당시 고려의 활발했던 해상 무역과 개방적인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지만, 벽란도는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활기차고 역동적이었던 '세계화의 현장'이었다. 밖으로는 거란과 몽골의 침략에 맞서 싸우면서도, 안으로는 바닷길을 활짝 열어 세계와 교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고려인들의 개방적인 기상과 자신감.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K-컬처로 세계와 호흡하는 '코리아'의 진정한 원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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